‘소년심판’이 불러일으킨 소년법 논쟁… 당신의 선택은?
‘소년심판’이 불러일으킨 소년법 논쟁… 당신의 선택은?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4.08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라마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가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소년범들은 갱생이 힘들어보일 정도로 잔혹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에 나오는 사건들은 모두 실제 한국 사회에 있었던 잔혹 범죄들을 모티브로 삼았기 때문이다. 주인공 심은석 판사(김혜수 분)도 어떤 소년이 옥상에서 떨어뜨린 벽돌로 자신의 아이를 잃었다. 재판정에 설 때마다 심은석은 소년범에 의해 희생된 자신의 아이가 떠올라 소년범들을 증오할 수밖에 없다.

이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이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촉법소년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는 문제다. ‘촉법소년’은 형사범죄를 저지른 만 10세부터 14세까지의 미성년자를 의미하는데, 현행법에서는 이 연령의 청소년들이 형사 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가정위탁,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의 판결을 내리도록 되어 있다. 이들은 “나 사람 죽여도 교도소 안가”라며 법과 사회를 비웃는다. 현행 소년법 규정에 따르면 이들이 살인을 저질러도 가장 무겁게 내릴 수 있는 처벌은 2년간 소년원에 보내는 것 뿐이다. 드라마에는 촉법소년을 강하게 처벌하자는 주인공 외에 그들을 감싸안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차태주(김무열 분) 판사가 등장한다. 촉법소년 문제를 다각적으로 바라보려는 감독의 설정이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어떤 반응일까. 아쉽게도 드라마의 제작 의도와는 다르게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거나 폐지하자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범죄를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을 아는 영악한 소년들에게 더 이상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청소년에 의한 잔혹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됐었는데, 지난 대선에서 양당 후보들은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표를 모았다. 국회에서도 촉법 소년의 연령을 하향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무엇보다 연령을 낮췄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실효성에 대해서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2018년 성명서를 통해 “외국 사례를 보면 형사처벌 확대·강화를 통해 소년범죄 감소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엄벌주의적 정책은 소년사범에 대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형사이송제도는 이들이 제시하는 대표적인 근거다. 민변은 “형사이송제도란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특정 범죄를 저질렀거나 재범의 위험이 크다면 소년법원이 아니라 형사법원으로 이송해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제도”라며 “형사 이송되어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받은 소년들은 소년법원에서 교육과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범들과 비교하였을 때 이후 재범 범죄의 수가 더 많았고 재범이 발생하기 까지 걸린 시간도 더 짧았다”고 전했다. 강한 처벌로 인해 사회‧경제적으로 낙오된 이들은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 유지와 연령 하향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 8년간 소년부를 전담한 천종호 판사는 저서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에서 소년보호처분의 폭을 넓히자고 주장한다. 그는 “비행 내용에 따라서는 1년짜리도 도입하고 2년 이상의 소년보호처분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소년보호처분의 폭이 보다 넓어지고, 소년원 송치 기간도 현재보다 길어진다면 굳이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춰 형벌을 부과하지 않더라도 소년보호처분만으로도 엄중한 처분을 내릴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