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노아의 방주 타려면… ‘연결’이 답이다
21세기 노아의 방주 타려면… ‘연결’이 답이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3.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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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라앉고 있다.” 지난해 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무장관은 허벅지까지 바닷물에 잠긴 채 이렇게 외쳤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투발루의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작은 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린피스에서는 이미 강력한 태풍으로 우리 국토의 5% 이상이 물에 잠길 수 있다는 ‘2030 한반도 대홍수’ 시나리오를 내놨다. 부산 해운대처럼 바다와 인접한 지역은 물론 인천공항과 국회의사당도 침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 빠르게 인류를 갉아먹고 있다. ‘기후위기’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들려온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염, 폭설, 태풍, 산불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상기후 현상은 기후위기가 더 이상 우리와 동떨어진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제는 일상적 재난이 된 코로나19는 또 어떤가. 세계보건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은 코로나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동물과 사람 간 전파 가능한 질병)이 ‘기후변화, 숲의 파괴, 생물다양성 상실, 야생동물 밀거래, 공장식 축산, 지구화, 도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진단한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과 인간의 탐욕이 만나 거대한 재앙을 불러왔다.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의 저자 조효제 교수는 “환경위기는 곧 인권위기”라고 주장한다. 그는 어릴 적 보았던 한 장의 사진을 잊지 못한다. 미군의 공중폭격을 피해 알몸으로 뛰어가는 베트남 소녀의 사진이다. 미군의 고엽제 살포로 심각한 환경 파괴와 인명 피해를 동시에 겪은 베트남에서는 1990년, 형법 342조에 ‘에코사이드(자연환경을 대규모로 파괴하는 행위)’를 포함시켰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터전을 파괴하는 행위는 곧 그들을 파괴하는 행위다.

미세먼지의 나비효과를 보자.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초미세먼지가 각종 질병을 초래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초미세먼지로 2018년에만 870만명이 조기 사망했다. 인간을 죽이는 물질이 동식물에게 이로울 리 없다. 농작물이 발육장애를 일으켜 수확량이 떨어진다. 수질이 나빠져 산호초와 해초, 맹그로브 숲이 오염되고, 수중 동식물이 줄어든다. 대기오염의 주성분인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은 산성비가 되어 물과 흙에 쌓이고, 이것은 또다시 동식물의 성장에 악영향을 준다. 일차적으로는 식량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어 생태계가 단순해지면 코로나와 같은 전염성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쉬워진다.

생태계는 촘촘한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물에 난 작은 구멍이 점점 커지듯이, 생태계의 아주 작은 부분만 망가져도 다른 모든 동식물이 차례로 피해를 입는다. 생태계의 왕처럼 군림하는 인간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마지막 한그루까지 나무를 다 베어내고서야, 마지막 강줄기까지 오염시키고 나서야, 마지막 한 마리 물고기까지 씨를 말리고 나서야, 당신은 돈을 먹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책에 실린 한 인디언 부족의 격언이다.

인간과 자연의 미래를 위해 조효제 교수가 내놓은 해답은 ‘사회-생태 전환’이다.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한, 에너지를 아무리 효율적으로 쓰더라도 생산과 소비가 계속해서 늘어나므로 큰 의미가 없다. 인간의 생활양식을 말 그대로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던 산업혁명처럼,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자본가와 노동자, 인간과 동물… 우리 모두가 운명공동체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 접종률이 낮은 남아프리카에서 처음 발생했던 것을 기억한다. 너와 나 사이에 편을 가르고, 내 몫에만 집중하는 ‘칸막이형 사고’가 세계의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그 불평등이 결국에는 모두의 고통으로 돌아왔다. 책 『해방촌의 채식주의자』에서 전범선 작가는 “우리는 앞으로 사랑하는 많은 것들과 작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후재난이 심각해지면 포기해야 할 게 더 많기 때문이다.

21세기 노아의 방주에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설적이지만, 우리가 모두 한 배를 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자유는 연결되어 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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