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출판유통의 시대, 가능한가?
스마트한 출판유통의 시대, 가능한가?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3.28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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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저자 조회’ 사이트 화면 [사진=창비]

출판사 창비가 ‘저자 조회’ 사이트를 오픈했다. 역자와 화가를 포함해 모든 저자가 언제든 본인 책의 쇄별 발행 부수, 매월 실 출고 부수, 인세 지급 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 현재는 2020년 이후 신간을 발간한 저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추후 대상 저자와 조회 범위를 확장할 예정이다. 창비 측은 앞으로도 저자와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함으로써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출판계의 불투명한 정보 공개 관행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출판계 정보 공개 관행을 둘러싼 논쟁은 2019년, 장강명 작가가 한 출판사와의 갈등을 공론화하면서 시작됐다. 단일 전산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람객 수가 집계되는 영화와 달리, 도서 분야는 유통구조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지 못해 출판사에서도 정확한 판매량을 알기 어려웠다. 또 저자가 판매 내역을 알기 위해서는 출판사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세 지급이 누락되는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장강명 작가는 2년에 걸쳐 계약금과 인세 미지급, 판매내역 보고 누락을 항의한 끝에 사과를 받고 해당 출판사와 계약을 해지했다. 『90년생이 온다』를 쓴 임홍택 작가도 인세 미지급 문제로 출판사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에서는 이와 같은 사태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우리 출판계에서 “대단히 예외적으로 벌어진 일탈 행위”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2020년 실시된 문학 분야 불공정 관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문학 창작자의 52.9%가 인세와 판매량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으며, 36.5%는 인세를 현금이 아닌 기타 물건으로 지급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출판계는 저자와 출판사 간의 신뢰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협은 지난해부터 유통업체 등과 협력하여 도서의 유통에 관한 메타데이터를 수집해 저자와 출판사가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도서판매정보 공유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약 800곳의 출판사가 참여했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서점별 판매 정보에 더해 출고 정보도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도 출판유통정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하 통전망)’ 시스템을 구상,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추진된 이 사업에는 2018년 상반기부터 2021년 8월까지 4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산망 유지·보수를 위해 추가로 신청한 예산은 제외한 금액이다. 문체부는 통전망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세종도서’와 같은 지원 사업과 통전망 가입을 연계하여 출판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통전망 구축을 위해 대형 온라인 서점을 포함한 서점업계도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기준 2,258곳의 출판사가 통전망과 함께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출판유통의 현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출협의 공유시스템도, 정부의 통전망도 개별 도서의 판매량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출판사 승인을 거쳐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출판사에게 정보 공개를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판계 전반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필요하다.

통전망 사업을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독서신문과의 통화에서, 통전망 사업의 당위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한 DB 구축은 “출판인들이 뜻을 모아 목숨 걸고 해도 될까 말까인데, 관에서 주도한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얘기”라며 “예산 낭비”라고 했다. 실제로 통전망에 등록된 책의 종수는 아직 7만 건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 한 해 발간된 신간의 종수와 비슷한 숫자다. 지난해 실질적으로 개봉한 한국영화가 224편이었으니, 워낙 종수가 많은 출판유통 정보의 통합 DB를 구축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 소장은 “통전망으로 저자가 인세 지급 현황을 확인할 수도 없고, 사업에 참여한 온라인 서점에 이익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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