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인사(人事)는 ‘겸손’이 전제다
[발행인 칼럼] 인사(人事)는 ‘겸손’이 전제다
  • 방재홍 발행인
  • 승인 2022.04.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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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내가 천하를 얻은 것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잘 기용했기 때문이오. 훌륭한 계책을 세워 천리 밖 싸움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 나는 장량만 못하오. 백성을 보살피며 나라의 안녕을 도모하고 군수물자를 대주는 데 있어서 나는 소하만 못하오. 또한 100만 대군을 이끌고 나가 싸워 이기는 데 있어서 나는 한신만 못하오. 이 세 사람은 100년에 한 번 날까 말까 한 인걸들이오. 나는 다만 이들이 자신의 실력을 잘 발휘하도록 도와준 것 뿐이오”

이것은 초한전쟁에서 항우의 초나라를 이긴 한(漢)나라의 유방이 황제 즉위식에서 신하들에게 전한 말이다. 그 자신도 밝혔듯 유방은 자신의 수하들보다 능력이 좋지는 못한 편이었다. 더군다나 사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주색잡기에 빠져 지냈던 날이 많았던 한량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후손 유비처럼 덕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는 공부하는 유생들을 저잣거리에서 만나면 그들의 의관에 오줌을 누는 무뢰배이자 건달이었다.

이렇게 봤을 때 과연 유방을 따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오히려 그와 맞서 싸웠던 항우가 더 좋은 리더의 자질을 가진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인 항우는 직접 전투에 나가 병사들에 앞서 싸웠던 ‘솔선수범’형 리더였다. 하지만 항우에게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능력만을 지나치게 믿은 나머지 인재를 활용하는 재능이 없었다. 특히 뛰어난 인재였던 책사 범증을 의심하며 그를 내쳤던 것은 항우가 끝내 패배했던 요인으로 여겨진다. 반면, 유방은 자신이 항우보다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주변의 간언을 귀담아 들었다.

오늘날 초한지는 ‘소프트 리더십’의 교본으로 읽힌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올바른 리더십이란 권력을 발휘해 타인을 내 의지대로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인재들을 활용해 목적을 도모하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리더는 그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도우미의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이러한 리더십은 창의성이 중시되는 요즘 더욱 강조되는데, 책 『인사인문학』의 저자 이홍민은 “조직혁신과 탁월한 경영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조직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능력을 활용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한 기업, 더 나아가 업계 전반은 물론 국가운영을 좌우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최근 한국 사회는 인사(人事)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하다. 윤석열 당선인은 차기 정부에서 누구를 어디에 앉힐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주주총회를 통해 새로운 인물을 회사의 중추적 인재로 내세웠다. ‘인사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이 있을만큼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과연 한국 사회의 리더들은 인재를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 또 관찰자인 우리는 그들의 인사 정책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여기서 초한지는 리더의 인사 정책을 판단하는 한 가지 관점을 제공해준다. 그것은 바로 리더 자신이 얼마나 자기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있느냐다. 다소 무례했지만 겸손했던 유방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잘난 항우의 마음에는 오직 ‘오만’이 있을 뿐이었다. 오늘날의 인사 원칙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있다면 능인(能人)을 등용할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말에 복종할 소인(小人)을 앉힐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의 새로운 리더들이 출발점을 막 통과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차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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