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기계발서, ‘꿈·노력·희망’ 대신 ‘이것’
요즘 자기계발서, ‘꿈·노력·희망’ 대신 ‘이것’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3.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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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왔던 A는 맏이였다. 그에게는 아픈 어머니와 5명의 동생이 있었는데, 식구들이 굶주리지 않기 위해 새벽부터 우유배달을 하고 낮에는 노가다를 해야 했다. 학업은 손을 놓은 지 오래였다. 이웃 어른들에게 총기(聰氣)가 있다는 칭찬을 많이 들을 정도로 머리가 좋았지만,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이었다. 그에게는 동생들에게 원 없이 밥을 먹여주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어 조그마한 식당을 하나 차렸다. 수차례 경영난을 겪었지만 결국 그의 음식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입소문을 탔다. 후일 그는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회장이 되어 성공 가도를 달린다.

이것은 과거에나 유행했을 법한 자기계발서의 내용이다. 이야기마다 조금씩은 차이가 있겠지만 옛날에 유행했던 자기계발서들은 대체로 저자의 역경 극복 경험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 책들에서는 ‘어려운 상황에도 희망을 잃지 말고 나아가자’는 메시지가 자주 발견된다. 독자들은 그들의 성공신화를 읽으면서 ‘열심히 살면 언젠가 내 인생도 필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요즘 사람들에게 잘 다가오지 않는다. 한국은 그동안 개발도상국의 티를 벗어내고 고성장 했고, 점차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면서 과거와는 여러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한 노력이 경제적 성공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 독자들은 다른 동기부여 방법을 원한다.

요즘 자기계발서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화두는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이다. 뇌과학적 연구 결과와 이론으로 무장한 자기계발서들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노력 방법을 전달하고 있다. 이들은 뇌를 알면 보다 쉽게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쉽게 포기하는 습관이나 반복되는 잘못된 행동이 왜 일어나는지 뇌과학적 원인을 파악하면 이를 고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출간된 『습관의 알고리즘』은 인간의 습관은 단지 의지나 열정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습관이 만들어지고 고착화되는 것은 인간의 심리와 뇌 시스템의 작동이 맞물리면서 생기는 특별한 알고리즘 때문이라는 것. 이 책의 저자 러셀 폴드랙 미 스탠퍼드 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신 뇌과학과 심리학 연구를 토대로 습관의 작동원리를 밝혀내고, 그 원리를 통해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3월 중순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16위에 위치한 이 책은 출간 이후 꾸준히 순위를 높여왔다.

한편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는 과학 도서로 분류돼 있지만, 자기계발서 독자들이 더 찾을만한 책이다. 미 브라운 대학교 인지과학 교수인 데이비드 바드르는 이 책에서 뇌과학 분야의 새로운 이슈로 부상한 ‘인지조절’ 이론을 통해 어떻게 하면 우리가 올바른 목표를 수립하고 최적의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설명한다. 그는 “인지조절은 우리에게 항상 선택권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인간은 인지조절 기능에 따라 당장의 충동이나 유혹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인지조절 능력에 대해서 한 번쯤 되새겨 본다.

자기계발서의 목적은 ‘동기부여’다. 한 개인의 인생 여정은 재미있고 감동적이기는 하나, 그가 겪은 성공이 내게도 찾아올지는 미지수다. 대신 뇌과학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뇌의 특징을 이야기해서 보다 현명하게 노력하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과학자들의 어렵고 딱딱한 이야기들이 즐비하지만, 오히려 그런 진중함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확실한 동기부여를 줄 수 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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