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소중한 공간은 안녕한가요?
당신에게 소중한 공간은 안녕한가요?
  • 김예린 대학생 기자
  • 승인 2022.03.14 1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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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 안
망원시장 안

핫플레이스(hot place)는 문자 그대로 뜨거운 곳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기 있는 장소가 바로 핫플레이스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망원동 역시 핫플레이스로 유명하다. 고즈넉한 동네의 느낌과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런 이유로 MZ세대들이 유입되며 상권이 뜨고 있다. 망원동을 검색하다가 한 책을 발견했다.

아무튼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인 『아무튼, 망원동』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 등을 쓴 김민섭 작가의 에세이다. 저자는 망원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작가가 되고나서도 작업실을 망원동에 마련하는 등 인연이 깊다. 책에는 자신에게 의미 있었던 공간에 대한 에피소드와 어릴 때와는 달라진 망원동의 모습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담겨있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망원시장이다. 저자는 2014년도에 결혼식을 할 때, 버스를 대절해서 타고 온 신부 측 하객들에게 망원시장의 닭강정을 드렸다고 한다. 대접할 정도면 정말 맛있지 않을까 싶어서 찾아가봤다. 바로 망원1동주민센터 쪽 망원시장에서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첫 번째 닭강정 집, ‘큐스 닭강정’이다. 깐풍, 양념, 달콤, 과일, 치즈머스터드, 화이트크림으로 총 6가지 종류의 맛이 있다. 책에 언급된 것은 ‘치즈머스터드 닭강정’과 ‘화이트크림 닭강정’이었지만 개인 취향으로 ‘양념 닭강정’과 ‘달콤 닭강정’을 골랐다. 눅눅하지도 않았고 떡이 같이 들어가 있어서 좋았다.

저자가 2017년도에 책을 쓰기 위해 망원동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본 간판들을 찾아가 보았다. 변화된 망원동의 모습을 저자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라 직접 간판들을 보며 저자가 느꼈을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다.

어느 더운 날, 나는 ‘망리단길’을 걷다가 “여기 가게들은 간판만 보고는 대체 무엇을 파는 덴지 알 수가 없어.”하고 말했다. ‘달고나’라는 식당에서 냉면을 먹고 나온 참이었다. 거기만 해도 만물상인지 분식집인지 가게 이름만으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 『아무튼, 망원동』 中

책에 나온 ‘유리가가린’ ‘피제리아 이고’ ‘호시절’ 등은 저자가 책을 쓸 당시에는 있던 가게지만 현재에는 모두 사라졌다. 각각 미용실, 옷가게, 카페로 변했다. 아직 남아있는 가게는 ‘라몽림’, ‘달고나’ 정도이다. 저자가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이북식 손 왕만두’ ‘순대일번지’ ‘청기와 갈비’ ‘성미장’ 등은 아직까지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망원우체국 사거리에서 마포구청역 쪽으로 쭉 걷다 보면 ‘이북식 손 왕만두’집이 나온다. 이곳은 저자의 나이보다 더 오래된 노포다. 겉에서만 봐도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알 수 있었다. 문을 열고 식당으로 들어가면 신발 벗고 앉아서 먹는 형태로 되어 있으며 공간이 그리 넓지는 않았다.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 예전 모습 그대로 장사를 하는 것 같았다. 만두전골, 국수전골, 만두, 만둣국 등을 파는데 오는 사람 모두 만두전골을 시켰다. 만두전골은 주방장이 직접 빚은 큰 만두 4~5개, 국수, 야채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국물이 깔끔하고 시원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옅어져가고 그 자리를 추억이 대신한다. 저마다 마음에 간직하고 있을 고향이라는 곳들이 대개 그럴 것이다. 여전하기만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공간의 변화는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일어나야 한다. 바뀐 거리의 이름과 풍경이 그곳의 삶까지 바꾸어버리면 안 되는 것이다. 지금의 망원동이 20년 후에도 다음 세대의 추억에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 『아무튼, 망원동』 中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한다. 경리단길, 가로수길, 홍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망원동도 마찬가지다.

망원동을 취재하면서 각자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 끝으로 취재를 하면서 공감했던 문장이 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며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이 누군가에게 당신만의 소중한 공간에 관한 서사를 들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어쩌면 당신은 도시를 온전한 자신의 고향으로 기억하는 1세대일지도 모른다. 그 기억과 추억들은 모두 하나의 기록과 역사가 되고, 그 공간을 조금 더 연속 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내가 그랬듯 당신을 둘러싼 공간에 대한, 마을과 도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아무튼, 망원동』 에필로그 中

[독서신문 김예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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