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에 발을 담가 서로에게 건너가기
심연에 발을 담가 서로에게 건너가기
  • 채지은 대학생 기자
  • 승인 2022.03.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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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사람을 닮았다. 잠잠해 보이지만 알 수 없는 속사정이 그렇고, 끝이 보이지 않아 다가서기 어렵다가도 어느새 밀려와 스며들어 있는 다정함이 그렇다. 보이지 않는 선을 넘어가거나 들여다보아야만 보이는 것이 있는 사람 사이의 관계처럼 바다가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생계의 공간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휴식의 공간일 수도 있는 바다는 표정이 다양하다.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줄 정도로 푸르른 얼굴이더니 세상에 홀로 있는 것 같이 고독해 보이기도 하고 거대한 파도를 보내며 성질을 내기도 한다. 하루 동안 보여주는 모습도 시시각각 다르다. 해가 뜨고 질 때의 모습이나 물이 나가고 다시 들어올 때의 모습, 해가 진 후 어두운 밤바다의 모습과 같이 바다는 끊임없이 모습을 바꾼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는 동해, 남해, 서해의 바다를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까지 주어진다.

변덕이 취미고 변신이 일상인 바다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바다처럼 깊게 자리하고 있는 인간의 심연에 주목한다. 입양아 카밀라가 친모인 정지은을 찾는 과정을 다루는 이 소설은 건널 수 없을 것 같은 심연을 사이에 두고 있는 우리가 그 심연을 뛰어넘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대자연의 성질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 소설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차에 올라 바다를 보러 떠났다.

열일곱의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되고 자살을 택한 정지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쫓아가는 책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날이 흐려 해가 나오지 않은 쓸쓸하고 잔잔한 바다 같다. 똑같은 바다의 모습이란 없듯, 매일 보이는 바다를 항상 똑같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항구 도시에서 살았던 지은이 매일 보던 바다에 몸을 던지는 결말을 선택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힘든 일들이 밀려왔을 때, 그녀가 바라본 바다는 어떤 색깔이었을지 멀리 있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생각해보았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中<201쪽>

지은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의 2부에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문장이다. 멈추지 않고 밀려오는 파도처럼, 아무도 없이 외롭고 어두운 바다 속에서 지은은 딸을 끝없이 생각하며 그리워했다. 그런 그녀의 그리움에 응답하듯 지은이 몸을 던진 바다 앞으로 그녀보다 나이가 많아진 딸이 엄마를 만나러 돌아온다. 지금까지 살아오던 카밀라가 아닌 정지은의 딸 정희재로 바다 앞에 선 지은의 딸은 용기 내어 심연으로 뛰어들어 지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엄마를 꽉 안아준다.

심연을 사이에 두고 제자리에 그대로 서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심연 속으로 뛰어들거나 날개를 달아 심연을 넘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물에 젖어 몸살을 앓고, 날개가 꺾여 추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곁을 지켜줄 소중한 인연을 위해 ‘우리’가 되는 노력을 멈출 수는 없다.

저자는 소설에 쓰여 있지 않은 이야기를 독자가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책을 끝맺는다. 나와 너의 말이 깊은 심연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가 파도처럼 밀려와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그러니 다른 이의 심연에 발을 적시는 용기 내기를 주저하지 말자. 어느 순간 가까운 곳까지 다가와 있는 파도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이의 따뜻함이 나의 마음에 스며들어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독서신문 채지은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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