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연락 두절이 주는 아픔, ‘고스팅’
갑작스러운 연락 두절이 주는 아픔, ‘고스팅’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3.1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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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연애를 하고 싶었던 A는 친구의 추천을 받아 데이팅 앱을 시작했다. 그는 학교나 직장에서 자연스럽게 상대와 만나면서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코로나 유행으로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게 되자 친구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의외로 데이팅 앱 안의 사람들은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상대와 연락을 주고 받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다는 게 좋았다. 소개팅을 하면 주선자나 상대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신경 쓸 것이 많았는데, 채팅 속의 상대는 조금이라도 이상한 구석이 보이면 바로 차단하면 되기 때문에 연락이 한결 편했다.

A는 채팅으로 호감을 느낀 상대와 실제 만남을 통해 대화를 더 이어가고 싶었다. 그는 서로의 집 중간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자고 제안했고, 상대는 흔쾌히 승낙했다. 하지만 상대는 어떤 이유도 밝히지 않고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상대가 오지 않자 친구에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는 “네가 ‘고스팅(Ghosting)’을 당했다”고 일러주었다.

이렇게 상대가 아무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고 사라지는 행동을 ‘고스팅’이라고 부른다. 원래는 앱 이용자들이 사용하던 단어였는데, 온라인 사전 ‘딕셔너리 닷컴’에 등재되면서 세상에 더욱 알려졌다. 오래전부터 연인이나 연인으로 관계가 발전되고 있는 도중 한 사람이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는 가끔씩 존재했으나, 온라인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 현상이 보다 빈번하게 벌어지면서 이름까지 따로 만들어진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2015년 소셜미디어 부문에 해당하는 올해의 단어로 이 단어를 선정하기도 했다.

데이팅 앱 이용자들이 고스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대면 만남에서 상처를 입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나 비겁함의 감정, 심지어는 ‘게으름’ 같은 황당한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철없는 행동이 점점 흔하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데이팅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두루 만나며 현대인의 애정 생활에 대해 기록한 프랑스 오르텔리(France Ortelli)의 저서 『우리는 어쩌다 혼자가 되었을까?』에 따르면 데이팅 앱을 사용하는 18~33세 독신의 78%는 고스팅 형식의 거절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전한다. 데이팅 앱의 ‘차단하기’ ‘친구 삭제’ ‘매칭 해제’ 등의 기능은 인간 관계를 보다 쉽게 정리하게 만든다.

고스팅을 한 사람은 인연을 쉽게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상처가 된다. 저자는 “문제는 고스팅을 당하는 사람에게 그것이 큰 타격을 준다는 점”이라며 “당신이 고스팅을 당하는 경우 그 사람과의 역사가 사라짐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을 비하하기 시작한다. 이런 갑작스러운 결말은 깊은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그 사람과의 관계를 쉽게 생각해 ‘고스팅’을 하는 행동은 그에게 힘겨운 시간을 준다.

고스팅을 자주 당하는 사람도 피해만 입어서는 안 되니, 나름의 대처를 해야 한다. 상식적인 말이긴 하지만 약속 1시간 전에 문자를 보내 정말 만날 의향이 있는지 한번 더 물어보는 것은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는 상대에게 약속을 취소하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이 든 건 아닌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했을 때 상대방이 약속을 취소하면 그에게 큰 기대를 하지 말고 관계를 정리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저자는 “당신이 고스팅을 당했다고 괴로워하는 데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며 “동요하지 말고 거부당했다 생각하지도 말고, 자존심이 다치지 않게 잘 보살피면서 계속 나아가면 된다”고 조언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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