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이해하려면 언어에서 한 발짝 떨어져라… 『동물과의 대화』
동물을 이해하려면 언어에서 한 발짝 떨어져라… 『동물과의 대화』
  • 고지우 대학생 기자
  • 승인 2022.02.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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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에 걸린 옷가지, 움직이는 플라스틱 조각, 바닥의 배수구. 동물들이 공포를 느끼는 ‘사소한 것들’이다. 적어도 언어가 아닌, 시각으로 사고하는 존재들에게는 사소한 것들이 아니다. 그들은 세세함을 지향해 모든 것을 보고, 보이는 모든 것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자폐인이자 동물학자인 템플 그랜딘은 책 『동물과의 대화』에서 그가 자폐인이었기에 동물의 심리와 행동을 꿰뚫을 수 있었던 경험과 그 해답을 공유한다.

그랜딘은 모든 사람이 머릿속에서 그림을 본다고 생각해왔다. 이는 모든 판단과 결정을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는 머릿속의 들어 있는 단어나 문구를 조합해 그림을 변환시켜야 했다. 최종 판단은 말로 할 수 있었지만, 판단으로 이끄는 과정 동안은 이미지로 상상했다. 또, 동물을 자연환경에서 관찰하고 싶을 때면 시각적인 환경에 중점을 뒀다. 그저 자연스럽게 끌린 결정이었다.

방목장에서 소들이 좁은 통로로 내밀리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봤을 때는 동물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는 좁은 통로로 직접 내려가 동물들의 시각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 안에는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고, 체인이 늘어져 있었다. 방목장의 사람들은 그랜딘의 계획을 우습게 봤지만, 동물들은 그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의 경험은 자폐인과 동물의 ‘시각적 사고’와 연관이 있다. 사물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각해 내는 것이다. 동물이 야생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각적인 환경에 고도로 적응해야 한다. 따라서 시각적 사고자인 자폐인은 동물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동물의 행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동물의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던 그랜딘은 환경이 동물의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았다.

그가 동물이 생각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었던 이유도 ‘언어’만이 생각의 필수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다면 동물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면 된다. 예를 들어, 소가 그림자를 넘는 것을 거부하거나 울타리 위의 외투를 보고 멈춘다면 그림자와 외투가 그들이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동물들이 보고 있는 것이 생각의 대상이 된다.

그랜딘은 “우리 자폐인은 세상을 이루는 작은 것 하나하나를 보지만 일반인들의 눈에는 그 작은 것 하나하나가 흐릿하게 하나가 되어 일반화된 개념의 세계로 보인다”며 시각의 관점이 자폐인과 비자폐인의 큰 차이점이라고 말한다. 자폐인이나 동물은 어떤 사물이든지 미세함을 있는 그대로 보고 거기에 빠져들지만, 언어로 사고하는 비자폐인은 그 하나하나를 묶어 관념으로 형상화한다는 뜻이다.

언어적 사고가 이뤄지는 사회에서 그랜딘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는 능력을 강점으로 발전시켰다. 자폐증은 동물과 사람이 통하는 중간 지점의 환승역과도 같았고, 그가 동물의 대화를 말로 옮길 수 있게 했다.

그랜딘은 “사람도 한때는 동물이었고, 우리는 오늘날의 인간이 되면서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우리가 동물에 가까워지면, 그 잃었던 일부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라며 동물에게 말할 수 있는 자가 그렇지 않은 자보다 행복하다고 확신한다.

[독서신문 고지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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