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되면 점집은 신년 운세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물론 다들 처음에는 점쟁이의 말을 재미로 듣지만, 그 후로 자기에게 불운한 일이 닥치면 그날 점쟁이가 했던 예언을 나도 모르게 떠올린다. 인물 사진이 찢겨지거나 빨간색으로 이름을 적으면 어딘가 묘하게 불쾌한 느낌이 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미신은 누구에게나 찾아와 귀를 홀린다. 종교가 없거나 똑똑한 사람이라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책 『믿습니까, 믿습니다』의 저자 오후는 “우리는 미신을 믿는 사람을 쉽게 비웃지만, 미신을 믿는 사람 중 대부분은 광신자나 멍청이가 아니다”며 “그들은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사람’이며, 특정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미신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미신에 휘둘리면서 살아가는 걸까. 저자는 “미신은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며 “특정한 행동이나 사물이 어떤 초자연적인 힘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것을 지킴으로써 행운이 온다고 믿으면 우리는 미래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전한다.
그는 미신에 대한 믿음이 인류의 본성과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미신은 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로 분화한 100만년 전 즈음에 탄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 발생하면 그 이유를 나름대로 가늠해본다. 이때 복잡한 사회과학적 설명이나 심리적 요인을 드는 것보다는 미신적인 이야기가 더 귀에 잘 들어온다. 특히 사회의 불확실성이나 내면의 심리적 불안이 커지면 미신을 믿을 확률은 더 높아진다. 그는 “종교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을 때 ‘신의 뜻이 있다’ ‘신의 역사하심이 있다’고 말한다”며 “이런 생각이 순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과를 이해하면 그것이 설령 거짓이라 해도 위안이 된다”고 설명한다.
마음에 위안을 줄 수 있을지언정 현실을 바꿀 수 없는 미신, 저자는 미신에 귀가 홀릴 때면 묵자(墨子)의 일화를 떠올려 보라고 말한다.
중국 제자백가 사상가 중 하나인 묵자는 북쪽에 있는 제(濟)나라를 가다가 한 점쟁이를 만났다. 점쟁이는 그에게 “오늘은 하늘이 흑룡 북방에 살을 내리는 날입니다. 선생은 얼굴이 검으니 북쪽으로 가지 마십시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묵자는 그 말을 무시하고 길을 나섰다. 과연 점쟁이의 말대로 제나라로 가는 다리는 끊겨 있었다. 묵자는 돌아오는 길에 그 점쟁이를 다시 만났다. 점쟁이는 “그러게 제가 뭐라 했습니까. 북쪽은 오늘 날이 아니라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은 내가 얼굴이 검어 오늘 북쪽이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끊어진 다리 앞에서 보니 얼굴이 검은 자뿐 아니라 흰 자도 많았습니다. 그들 모두 저와 함께 다리를 건너지 못했습니다. 운이 없는 것은 저인데 어찌 모두가 함께 길을 가지 못했습니까.”
저자는 “미신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자신의 일을 맞히기 시작하면, 갑자기 태도가 달라진다”며 “운이 좋든 나쁘든 간에 대체 세상이 왜 나의 운에 맞춰 움직인단 말인가? 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니다. 그것만 알아도 세상 많은 일에 마음이 편해진다”고 조언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