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에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가 되고 보니…
암 환자에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가 되고 보니…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2.0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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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윌북]

술라이커 저우아드는 작가이자 암 생존자다. 그는 프린스턴대학교를 갓 졸업한 스물두 살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종군 기자를 꿈꿨던 그의 미래는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하지만 투병 생활을 개인 블로그에 올리면서 어두워졌던 미래가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책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는 저우아드가 블로그에 올린 투병 기록이면서 삶의 어둠을 밀어내고, 새로운 시작의 빛을 찾고자 했던 발버둥의 결과물이다.

저우아드가 블로그에 올린 글들은 언론의 눈에도 포착됐다. 그 글들이 계기가 되어 그는 <뉴욕 타임스>에서 ‘중단된 삶’이라는 정기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한다. 칼럼을 읽은 전국 각지의 독자들은 그에게 수많은 편지를 보냈고, 이 편지들이 저우아드의 삶을 일으켜 세웠다. 사랑도, 일도, 인생도 다시 시작하기 두려웠던 저우아드는 퇴원 후 자신의 칼럼에 응답해준 사람들을 만나기로 결심한다. 병으로 인해 무너진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

그러므로 이 책은 한편의 로드무비와도 같다. 완치 뒤의 공허를 어루만져준 길 위의 사람들을 찾아나서는 저우아드의 궤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편지를 보내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평생 불치병과 함께했지만 삶의 열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교수, 자살한 아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려 애쓰는 어머니, 청소년기부터 암 투병을 해온 십 대 소녀 등이 그들이다. 그들도 저우아드처럼 저마다의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치유란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는 모든 것을 박멸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통을 과거에 남겨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치유란 앞으로도 항상 내 안에 살아 있을 고통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되, 고통의 존재를 외면하지 않고 삶을 고통에 빼앗기지 않는 일이었다. 과거의 유령을 직시하고 남아 있는 것을 짊어진 채 나아가는 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언젠가 잃어버릴까 봐 주저하고 망설이는 대신 지금 그들을 힘껏 껴안아 주는 일이었다. -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 中

저우아드가 24,140킬로미터의 자동차 여행을 통해 얻게 된 깨달음, 그러니까 그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들이 그에게 공통적으로 건넨 말은 한 가지다. 바로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불확실을 받아들이면서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을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통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고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야 말로 ‘질병 생존자’들에게 필요한 가치라고 저우아드는 말한다.

이 책에 대해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저자 정여울은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보이는 것들에 관해 막연하게 이야기하는 건 쉽다. 그러나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너져내리는 내 삶을 바라볼 용기를 잃지 않는 건 결코 쉽지 않다”며 “절망의 터널을 뚫고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삶이 아니라 나처럼 아픈 타인, 어쩌면 나보다 더 고독하고 아픈 타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하는 삶을 선택한 여성의 눈부신 깨달음이 가슴을 울린다”고 말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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