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 시인 “꽃을 2분만 봐도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신동열 시인 “꽃을 2분만 봐도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장다연 대학생 기자
  • 승인 2022.02.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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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100세 시대에 돌입했다. 인생 2막에 들어서 은퇴나 퇴직 후 적극적인 활동을 하며 살아가는 세대를 오팔(OPAL)세대 라고 부르는데, 오팔(OPAL)은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노년층 (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자다. 이들의 은퇴 이후의 삶은 흥미롭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일자리를 찾고 건강과 외모를 가꾼다. 제2의 인생을 위해 못 다한 꿈을 이루려는 이들도 많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경제신문 기자에서 따뜻한 감성이 가득한 시인으로 제2의 인생을 막 시작한 신동열 시인을 만나봤다.

그는 1988년 한국경제신문에 입사해서 올해 4월 정년퇴직을 했다. 직장생활 동안 한국경제 TV 앵커, 고사성어 프로그램 진행, 작가 등 기자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는 요즘 트렌드인 N잡러의 삶을 먼저 경험해본 셈이다. 그가 공을 많이 들이는 일은 역시 작가로서의 삶이다. 논술을 준비하는 중고생들 사이에선 불티나게 팔린 『굿바이 논리야』 청년들에게 따듯한 위로를 담은 『내 인생 10년 후』와 『구겨진 마음펴기』 까지 전연령층을 아울러 그가 글을 쓸 수 있던 건 인간에 대한 애정 덕분이라고 전했다.

Q. 최근 저서 『구겨진 마음펴기』 같은 경우에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마음이 안녕하지 못한 이유가 마음 본연의 '순수함'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위로해주는 내용이 담겼는데, 저자의 책들이 다 독자들을 위한 따뜻한 감성이 묻어난다.

“따뜻한 글을 쓰는 건 따뜻한 생각에서 기인 됐다. 적어도 내가 글을 쓰는 동안에는 독자들에게 용기와 건승을 비는 마음이 가득하다. 『』『굿바이 논리야』 같은 경우는 청소년들의 생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랐다.”

Q. 그럼 누구든 따뜻한 글을 쓸 수 있을까?

“환경을 바꿔보면 좋은 영감이 떠오를 것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시는 자연 속에 있어야 잘 써지는 편이다. 인공과 멀어진 채로 자연을 직접 걸어보면 더 좋다. 꽃을 2분만 지켜봐도 누구든지 시인이 될 수 있다. 단 몰입해서 봐야 한다.”

Q.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기자와 앵커, 작가 시인 등 다방면으로 활동했는데, 그 원천은 무엇인가.

“‘읽기’다. 내가 직접 강의 하거나 앞으로 표출하는 것은 읽는 것을 꾸준히 했기 때문이다. 읽는 훈련이 잘 된 사람들은 뇌구조가 다르다. 잘 읽는 사람들은 상상력이 뛰어나 하나를 읽어도 두 세가지를 파악할 수 있다.”

Q. 잘 읽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메모하는 습관이다. 인간을 정확하게 하는 것은 바로 메모다. 정해진대로 가면 인간에게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인간의 운명을 바꾸는 운전자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책, 하나는 메모다. 책과 메모가 있으면 인생의 운명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당신의 키는 당신이 자주 만나는 다섯 사람의 키다. 배울 점 있는 사람을 만나는 노력을 아끼지 말고, 늘 떠오르는 대로 메모해보면 많은 게 바뀔 것이다.”

Q. 얼마 전 정년퇴직을 했는데, 소감은?

“이 직장에만 33년을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집에 오는 길에 허전함은 없었다. 엄청난 마음의 변화가 찾아오지도 않았다. 정년퇴직이 다가온 이라면 누구든 시원하거나 찝찝할 수도 있는데, 나는 덤덤했다. 당시엔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는데 이제는 깨달았다. 아마 ‘책’이라는 흔적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책을 많이 읽었는데, 추억의 흔적말고 영원히 남을 수 있는 흔적을 만들어 간 것이었다. 직장생활 동안 책을 5권을 썼기 때문에 마음이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내면적으로 큰 위안이 됐다. 그래서 책에게 고맙다.”

Q. 책을 향한 의미가 남다른 것 같은데, 신동열 시인에게 책이란?

“책을 한 가지 의미로 정의할 수 없다. 먼저 책은 독자를 기다려준다. 토론하는 것보다 편안하지만 깊은 사유도 가능해서 좋다. (무사유는 큰 죄라고 생각한다.) 사색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양식이다. 그리고 나는 누구든 만날 때마다 책을 써봐야 한다고 말한다. 가치실현 때문인데, 둘째로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책을 읽지 말라고 했는데, 그가 말하는 책은 용수철이었다. 책을 편협되게 읽었다면 용수철의 탄성을 잃게 되기 때문에 그러한 편협된 책은 읽지 말라고 한 것이다. 책의 역할은 사고의 탄력성 높여주는 것이다. 시는 감성의 탄력성이듯 에세이는 성찰의 탄력성이 있다. 모두가 편독이 아닌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책은 ‘분신’이다. 이 분신은 늙지 않는다. 그 때의 감정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인생의 기록을 남겨두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조심해야 할 점은 책은 나를 표현하는 정의이고, 이마에 달고 다니는 이름표다. 그렇기에 명예일 수도 수치일 수도 있으니 깊은 사고가 필요하다.”

Q. 기록을 남겨두기 위한 목적으로 책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도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현재도 내가 나이가 있는 편이지만, 지금이 나의 가장 젊은 시절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이 두 명 있는데, ‘아버지가 이런 영상을 만들었지’ 이렇게 기억되고 싶어서 만들기도 했다. 채널의 정체성은 ‘지식 전달’인데, 주로 고사성어나 인문학 등이다. 이 채널에서 최근에 다뤘던 주제는 ‘친구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였다. 영상 마지막 부분에서 내가 당신은 누군가에게 한명이면 족한 친구가 되어주고 있는가를 물었다. 이 때 나 스스로도 그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 아닌 누군가도 이 채널을 보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면 좋을 것 같다.”

Q.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얼마전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오영수 배우가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나도 공감이 갔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나를 ‘참 좋은 사람이었지’라고 떠올려주면 좋겠다.”

Q.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

“나는 풍성한 사회를 꿈꾼다. 풍족한 것과 풍성한 것은 차이가 있다고 본다. 풍족한 것은 통장 잔액, 아파트 평수 등 가시적인 수치가 끝이 없다는 것이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반면 풍성한 세상은 물질적 정신적 가치가 들어가 있다. 이건 관용과 배려 그리고 나눔이 필요해서 이웃에 대한 덕담도 매우 중요하다. 서로를 격려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의 빈도가 높다면 삶이 풍성할 것이다. 요즘 우리는 옳고 그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려고 해서 생각의 중산층도 회색분자라고 폄하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풍성한 사회에서는 생각의 중산층도 두텁다. 다른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돼야 대한민국이 비로소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질, 정신, 의식이 같이 가야 할 것이다. 이견은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하길 바란다. ”

Q.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에 책을 출간할 계획인데, 건강이 좋지 않아 천천히 진행해볼 계획이다. 유튜브는 꾸준하게 업로드 할 예정이다. 노화는 얼굴에만 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신의 노쇠를 지연시키기 위해서는 책과 사유 시와 음악과 같은 정신의 보톡스도 필요하다. 앞으로 맑고 젊은 정신으로 살아가고 싶다.

2030 청년들을 위해 신씨는 인생을 줌인(Zoom in)과 줌아웃(Zoom Out)을 적절히 활용해보길 권했다. “나라는 영화가 좀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면 줌아웃(Zoom Out)을 해보는 것이다. 나의 상처를 너무 깊게 비춰보면 나만 아프기에,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줌아웃(Zoom Out)해서 바라봐보기도 하고, 괜찮아졌다면 나를 알아가기 위해 초점을 맞춰보는 줌인(Zoom in)을 해보자. 삶은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이다.”

[독서신문 장다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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