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은어』 서한나 작가 "그저 따뜻하고 좋은 사람보다는 특징적으로 남았으면 한다"
『사랑의 은어』 서한나 작가 "그저 따뜻하고 좋은 사람보다는 특징적으로 남았으면 한다"
  • 강희원 대학생 기자
  • 승인 2022.01.3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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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나 작가 [사진=서한나 제공]

사랑이란 말에서 우리가 떠올리는 표상은 무엇이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 사물, 혹은 무형의 어떤 것 등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연상의 꼬리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이것. 우리의 삶은 사랑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사랑이란 소재는 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

서한나 작가는 자신을 에워싼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수없이 많은 사랑을 길어 올렸다. 『사랑의 은어』는 올해 7월 출간된 그의 첫 단독 저서로, 기존에 써온 칼럼에 새롭게 추가한 글을 엮은 것이다. 2014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서한나는 공저 『피리 부는 여자들』, 한겨레 칼럼 ‘서울 말고’, 메일링서비스 ‘잡문프로젝트’를 발행하며 활발한 저술을 이어왔다. 동시에 지역 활동가로서 대전 페미니스트 문화기획자 그룹 <보슈>에서 활동하고 있다.

솔직하고 사실적이며, 생동감 넘치는 글은 흡입력 있게 읽혀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그 뜨거운 인기는 지난 9월 대전 맞배집에서 진행된 첫 북토크에서 증명된 바 있었다. 본래 1회차만 예정되어 있던 것은 하루만에 매진, 이후 대기명단이 이어져 같은 날 2회차를 열었다.

온·오프라인을 비롯한 북토크가 몇 차례 더 진행되었지만 그를 향한 독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화상 인터뷰를 통해 서 작가를 만나봤다.

Q. 당신의 고향, 가수원동은 어떤 곳인가.

"과수원 아니냐는 말을 자주 듣는 시골 같고 정겨운 동네다. 구봉산에 둘러싸여 있고 지대가 높아서 옛날부터 어른들이 홍수가 나도 물에 안 잠길 거라 얘기하시곤 했다. 지금은 그 옆 동네로 이사했지만 그곳에 고향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같이 학교 다녔던 친구들 중에서도 글쓰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유독 많다. 이 동네에서 자란 친구들만의 감성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Q. 잡지 발행 전부터 꾸준히 글을 써왔나.

"사실 <보슈> 잡지를 만들기 전에는 글을 안 쓴 것 같다. 과제로 수필을 써내야 하는 수업이 있긴 했지만, 그렇게 남이 시켜서 쓰는 것 말고는 일기도 거의 쓰지 않았다."

Q. <보슈> 편집자로 일하시는 와중에 책을 출간했다. 집필 과정은 어땠나.

"2019년 말쯤 이민경 작가, 권사랑 대표랑 같이 『피리 부는 여자들』이라는 책을 내긴 했다. 그 이후 단독 저서를 낼 거라는 생각은 못 하고 있었는데, 보슈 활동을 하면서 글쓰기가 익숙해져서 취미 삼아 메일링서비스를 했다. 그러던 중에 한겨레 신문에서 칼럼 청탁이 왔고 그곳을 통해 지금의 편집자님을 만나 책을 출간하게 됐다. 첫 책이니만큼 내 생각이나 느낌을 온전히 표현하고자 기존에 썼던 글들 중 몇 편을 고르고, 새로 글을 더 쓰는 식으로 만들었다."

Q. ‘사랑의 은어’라는 뜻은.

"우선 나라는 사람이 가장 잘 표현될 수 있는 단어의 조합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고민이 됐던 건 사랑이라는 단어를 넣을지에 대해서였다. 그 단어가 가진 사회적 맥락으로 내 삶과 경험을 소개할 수 있을까, 오해가 생기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 은 사랑이다’라는 생각으로 단어를 썼고, 사람들이 조금은 다르게 봐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은어라는 말을 붙였다."

Q. 당신의 글에는 실제 지명이 등장해서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느껴진다. 특별히 의도한 바가 있나.

"그렇다. 사실 나도 모르게 이 생각을 했던 건 <피리 부는 여자들>을 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 책은 레즈비언 관계가 주제이긴 했지만 나는 지역 활동가 정체성도 있으니 그 두 의미를 다 잡고 싶었다. 그래서 사용한 전략이 실제 지명 사용이었다. 전국의 독자들이 익숙한 서울 지명이 아닌 다른 지역 지명을 보고 생경함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는데, 독자분들도 이해를 많이 해주시더라. 그래서 이후에도 그 전략을 즐겨 쓰고 있다."

Q. 책 날개에 ‘엄마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안 써진다’ 라고 쓰여있다.

"엄마가 이해를 못 할거라는 생각보다도, 그냥 쑥스러움이 크다. 마치 가족들이랑 드라마를 보다 키스신이 나오면 민망한 것 처럼. 딸이면서 동시에 개인이기도 한데, ‘엄마의 딸’로서는 말할 수 있는 게 적어지는 것 같다. 엄마도 책을 많이 보고싶어 하지만 아직까지는 내가 못 보게 하고 있다."

Q. 특히 주변인들을 관찰하고 쓴 글이 많은데.

"실제로 있었던 일에서 비롯한 사람들 간의 관계나, 거기서 느낄 수 있는 세밀한 감정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글을 좋아한다. 그런 취향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Q. 반대로 당신은 타인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누군가 글로 나를 묘사한다면 그 사람의 관점이 궁금할 것 같다. 그 사람이 어떻게 느꼈는지 진솔하게 쓴 글이면 다 괜찮다. 이미지로 기억된다면 그저 따뜻하고 좋은 사람보다는 특징적으로 남았으면 한다. 차라리 조금 부정적 측면이 있더라도 인상적인 사람으로."

Q. 평소 소재를 틈틈이 메모하는 편인가.

"글을 써야 할 때 어떤 식으로 써야지 정도만 메모하고, 평소에는 하지 않는다. 그보다 호르몬의 영향이 크다. 본능적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쓰는 편이다. 그래서 어떤 일을 겪으면서 딱히 이 순간을 글로 써야겠다는 식으로 계획하지는 않는다."

Q. 말과 글 중에 더 편한 것은.

"말이 편하다. 왜냐면 말은 상황 맥락으로 상대가 보완해서 이해할 수 있지만, 글은 그렇지 않아서 정밀하게 써야 하다보니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더 칼럼 같지 않게 쓰려고 한다. 내 생각을 강경하게 주장하면 오히려 선동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저 내 얘기를 하듯 쓰는 게 독자들에게 더 잘 받아들여지는 것 같더라."

[독서신문 강희원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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