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불러온 부유층의 민낯 ‘기후 아파르트헤이트’
기후 변화가 불러온 부유층의 민낯 ‘기후 아파르트헤이트’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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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란 1948년부터 1990년대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자행된 인종분리 정책을 뜻한다. 당시 백인이 집권했던 남아공 정부는 모든 시민에게 인종별로 등급을 매기면서 노골적으로 유색 인종을 차별했다. 훗날 이 아파르트헤이트는 결국 폐지됐지만, ‘노골적인 차별’과 ‘불평등’의 대명사로 남았다. 그런데 요즘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용어가 ‘기후 변화’ 이슈와 관련해 다시 쓰이고 있다.

이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9년 필립 알스턴 유엔 빈곤‧인권 특별보고관이 유엔인권이사회 발표 보고서에서 “부자들은 더위, 기아,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고, 나머지 세계는 극심한 고통을 받는 ‘기후 아파르트헤이트’ 시나리오 위험에 처했다”고 밝히면서다. 올해에는 미국 출신 언론인 제프 구델이 책 『물이 몰려온다』를 통해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상황을 통해 ‘기후 아파르트헤이트’ 현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기후 아파르트헤이트’란 과연 무엇일까.

기후 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미국의 뉴욕‧마이애미 등의 연안 저지대 도시들은 침수 위기에 처해있다. 하지만 부유한 선진국 도시들은 해수면이 상승할 때마다 도시의 거리와 건물을 재정비하면서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 실제 세계 곳곳의 연안 국가들은 이미 해저에서 모레와 자갈을 끌어내 매립하면서 수몰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빈곤한 국가나 도시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들은 더 높은 지대나 타국으로의 이주를 택해야 한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2001년 국토 포기를 하면서,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웃나라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앞으로 해수면이 높아질수록 키리바티, 몰디브, 마샬 군도 등의 섬나라 시민들의 앞날도 어두워지고 있다.

특히, 구델이 전하는 나이지리아의 도시 ‘라고스’의 상황은 심각하다. 잦은 홍수와 해일이 일어나는 이 도시에는 기후 변화에 따라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빈민가에서는 홍수가 지나갈 때마다 발진과 결막염, 콜레라가 발생한다. 구델은 “라고스에서 몇 시간만 있어 보면 해수면 상승으로 실향민이 될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이며, 아울러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금세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반면, 라고스의 30만명의 부유층은 에코애틀랜틱이라는 도시에서 새 삶을 꾸린다. 이들은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폭풍 해일에 견딜 수 있을만큼 튼튼하게 설계된 콘도에서 안전함을 느낀다.

결국 ‘기후 아파르트헤이트’란 부유층들은 기후 변화에 적응하며 삶을 이어나갈 수 있지만, 빈곤층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나아가서는 인권을 침해받는 불평등 심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선진국과 기후 변화에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는 개발도상국 사이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구델은 “부유한 도시와 국가는 해안 방벽을 쌓고 하수도 시설을 개선하는 등 주요 기반 시설을 재건할 여력이 충분한 반면, 가난한 도시와 국가는 그럴 여력이 없다”며 선진국과 부유층의 각성을 촉구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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