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한국사회학에 던지는 새로운 화두, ‘마음 사회학’
[책 속 명문장] 한국사회학에 던지는 새로운 화두, ‘마음 사회학’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2.07 13:3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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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이는 서구가 극히 예외적으로 자본주의정신과 친화력을 가진 이념적 특징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발흥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었음을 암시하는 동시에 인도나 중국은 두 가지 모두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였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실제로 가산제적 통일국가로 특징지어진 베버의 중국사회론은 유교가 가진 종교성만이 아니라 그것이 실현될 수 있는 조건, 즉 교권주의적 구조를 가진 자율적 교회의 부재, 시민층이 중심이 된 자율적 산업도시의 부재, 그리고 신분구조에 바탕한 봉건제도의 부재에 기초하고 있다.<47쪽>

원효에 따르면 이러한 불성 상태, 즉 일심에 도달하면 행위자는 모든 것을 섭수하는 데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기 때문에 그 어떤 대상에게도 자유자재로 침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대상의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 한마디로 수행성을 갖는다. 이렇듯 마음이 수행성을 가지기 때문에 마음은 합심 가능성의 최종 기반이기도 하다. 그러나 루만에 따르면 심리체계는 결코 사회적 체계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 각각은 폐쇄체계로서 심리체계에게는 사회적 체계가 암흑상자(black box)인 반면,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원효와 루만은 결정적으로 갈라진다.<145쪽>

연(緣)의 유형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 절연에 대한 사례 분석을 통해서 무연사회 현상이 가족이 해체되었거나 하층계급에 속하여 새로운 연을 형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지 못한 계층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었다. 물론 정상가족 혹은 중상위 사회계층에서 일시적 절연 및 무연사회 현상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이는 가족이나 새롭게 형성한 연에 의해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고독사 같은 극단적 사례와 같이 사회문제로 비화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나 가족의 해체 상황에서 구체적 인간관계의 절연이나 무연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이다.<314~315쪽>

세계사회의 ‘다른 사람’ 자신의 태도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태도조차도 마음의 산물이란 점을 고려하면, 태도의 변화 이전에 세계사회의 ‘다른 사람’의 마음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비록 마음의 배려가 제도나 조직에는 미미한 영향 밖에 미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마치 화폐를 매개로 한 경제적 거래에서조차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마음이 다소의 영향을 미치듯이 마음은 소통으로서의 사회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마음의 배려는 그 자체로 독자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만약 제도적·조직적 배려가 동일하다는 조건 속에서 마음의 배려가 추가된다면, 세계사회의 ‘다른 사람’의 마음에 대한 배려의 크기는 그만큼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359~360쪽>

[정리=송석주 기자]

『마음 사회학 : 마음과 사회의 동행』
유승무‧박수호‧신종화 지음 | 한울아카데미 펴냄 | 414쪽 | 5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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