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문장으로 기억될까...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
나는 어떤 문장으로 기억될까...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
  • 김예린 대학생 기자
  • 승인 2021.12.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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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을 읽을 때 기억하고 싶은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형광펜으로 찍 긋기도 하고 구불구불하게 색연필로 칠하기도 한다. 상대의 ‘말’에 밑줄을 긋는다면 어떤식으로 밑줄을 그을까. 기억하고 싶은 ‘너의 말’은 어떤 색으로, 어떤 모양으로, 어떤 속도로 밑줄 긋는게 좋을까.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는 『관계의 물리학』의 저자 림태주 시인의 최신작으로 언어로 이루어진 관계에 대한 에세이다. 책은 ‘사이의 명도’, ‘마음의 날씨’, ‘식물의 빛깔’, ‘글의 채도’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자연현상을 사람간의 관계에 빗대어 표현한다. 우리는 진심을 나타낼때 ‘정말’이라는 단어를 이용한다. 하지만 저자는 진심의 핵심을 파악하고자 했다. 뼈를 서너 시간 고아 맛을 내는 곰탕집과 꼬박 하루동안 장작불로 고아 맛을 낸 곰탕집을 예로 들면서 시간을 진심의 지표로 삼는다.

또 다른 예로는 저자의 목공 수업 일화가 있다. 목공 수업을 하며 나무를 ‘켜는 것’과 ‘자르는 것’의 차이를 배우는데 이를 사람 간의 관계로 연관시킨다. 자르고 켜는 것의 차이는 나무의 결로 구분이 되며 나무의 결 방향으로 톱질하는 걸 켠다고 한다. 켜는 날은 나무의 섬유질을 끊어내는 게 아니라 섬유질과 섬유질 사이에 날을 넣어 가르고 쪼개는 행위다. 자른다는 것은 나무의 결, 섬유질의 방향에 역행해 가로로 끊어내는 행위로, 결대로 켜는 일보다 결을 거슬러 잘라내는 일이 힘들다. 많은 사람들은 날의 방향을 구분하지 못해 상대 마음의 결을 의도치 않게 자르는 경우가 있는데, 저자는 인간관계에서 서로의 마음 결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톱질에 비유한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탄생한 문장들이 뻔하지 않고 특색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만들어낸 독특한 표현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이 책 안에 쓸모 있는 문장들이 있어 단 몇 줄이라도 그대의 것이 된다면, 나는 메밀꽃처럼 환히 흐드러지겠다.’
‘나는 혼자 있다고 해낙낙한 목소리로 답한다.’
‘엄마가 배꼽을 잡고 양파꽃처럼 흐드러지게 웃었다.’
‘아이들은 목덜미나 겨드랑이에 손을 넣자마자 흰 목련처럼 터진다.’

시적 표현과 관계의 비유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

[독서신문 김예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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