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일기가 돋보인다… 독립서점 ‘다다르다’
영수증 일기가 돋보인다… 독립서점 ‘다다르다’
  • 강희원 대학생 기자
  • 승인 2021.11.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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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중심 대전, 이목을 끄는 볼거리나 특별한 관광지가 많은 도시는 아니지만, 그 안에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 특유의 여유롭고 한적한 분위기를 느끼고자 한다면 기꺼이 소개하고 싶은 장소가 있다. 바로 성심당 옆 독립서점 ‘다다르다’. 그 이름은 'different'와 'reach'의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에스프레소 바가 자리한 1층과 다락방처럼 아늑한 느낌의 2층 서가로 구성되어 커피와 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다다르다는 2019년에 출범한 신생 서점이지만, 전신은 대흥동에서 7년간 운영되었던 여행 서점 ‘도시여행자’로 적지 않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원도심 활성사업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추억을 뒤로한 채 퇴거, 현재 위치에 자리하게 됐다. 그럼에도 대전에 지극한 애정을 가진 다다르다의 김준태 대표는 지역에 다양한 공동체를 만들며 지속 가능한 도시를 그리고자 소셜 여행 프로젝트, 여행 페스티벌 등 다양한 로컬 콘텐츠들을 꾸준히 기획해왔다.

처음 이곳에 방문했던 날을 기억한다. 동네 책방은 처음이고, 낯선데, 다들 유유자적 공간을 즐기며 서점원과 편하게 소통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만 왠지 붕 뜬 것 같은 기분. 이런 어색한 긴장감을 녹여준 건 영수증 서점일기였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다면, 장대하게 출력되는 영수증에 누구나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내용에는 서점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과 서점원의 생각이 담겨있다.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데 무엇보다 강력한 효과를 자랑하는 영수증 서점 일기. 2017년도 3월부터 쓰기 시작해 이제 4년이 조금 넘었다.

김 대표는 “아직 책을 즐기지 못하는 비독서 인구를 위해, 구두로 이야기하는 대신 영수증 하단에 서점원이 좋아하는 문장을 기록한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동네 책방을 경험하지 않으셨던 분들이 많이 오시며 에피소드가 상당히 많아졌고, 상식 밖의 일에서 기인한 스트레스를 종종 하소연하기도 하며 서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작은 일들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자주 바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가끔 손님들께 혼나기도 했다는 말에서는 서점 영수증에 대한 손님들의 관심과 애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과거, 삶의 범주 확장이 나름의 지적 호기심과 역량의 몫이었다면 독립서점은 적극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공유한다. 서점 이용자는 누군가 선곡해 놓은 플레이리스트를 듣다가 우연히 마음에 쏙 드는 음악을 낚아채듯, 큐레이션을 통해 우연히 발견한 행복을 즐긴다. 다다르다는 도서관이나 대형 서점의 분류 코드를 따르기 보다 서점원의 취향을 재미있게 표현하기 위해 '맥락은 유지하되 흐트러놓는' 방식을 선택했다. 예를 들면 식물 생태, 동물권, 비건, 숲에 대한 이야기를 한데 묶는 것이다. 마인드맵처럼 구성된 각 코너는 분류를 의식하지 않고 따라가며 책을 탐색하는 재미를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서점 로고가 그려진 에코백이 한켠에 자리한 것도 다다르다의 특색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 대표는 사용하지 않는 에코백을 기부받아 봉투 대신 사용하며 리사이클하는 제주도 '책방 무사'의 사례를 들며, 다다르다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에코백 뿐 만 아니라 종이 가방 등도 기부를 받아 자연스럽게 순환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를 많이 들이지 않는 선에서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점에 대한 흥미에서 비롯된 인터뷰였지만,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마음에 잔잔한 울림이 일었다. 몸 담고 살아가는 도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서점을 찾는 독자에 대한 배려, 그리고 지역차원을 넘어 환경을 고려한 생활양식. 우리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 지역이 조금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는 새 다다르다의 생각과 가치관에 슬며시 물들어 버렸다.

[독서신문 강희원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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