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취미가 되는 사회를 꿈꿉니다” 철학전문 독립서점 ‘소요서가’
“철학이 취미가 되는 사회를 꿈꿉니다” 철학전문 독립서점 ‘소요서가’
  • 장다연 대학생 기자
  • 승인 2021.11.10 1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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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지나간 시대를 그리워한다. 이를 노스탤지어(Nostalgia) 또는 향수를 병에 견준다는 의미로 향수병이라고도 불리는데, 추억의 노래, 게임 등을 회상하는 이들이 확산되는 추세다. 기성세대에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면서 젊은이들에게는 신선한 볼거리로 재탄생한 을지로는 레트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올해 7월 을지로와 철학이 만나 개성 있는 독립서점으로 이목을 끌고 있는 소요서가 운영진을 만나봤다.

소요 하고 싶은 공간 ‘힙지로’와 철학이 만난다면?

을지로3가역 5번 출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청계세운상가가 인기다. 힙한 카페와 음식점 바로 중앙에 지난 7월 철학 전문 서점 소요서가가 오픈했다. 소요서가라는 이름은 우연한 방식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적 그룹을 소요학파라고 불렸고, ‘소요유’라는 의미도 동양의 사상가 장자에서 시작됐다. (여기서 소요유란 멀리 소풍을 가서 논다는 뜻으로 흘러 가는대로 산책하며 살라는 의미다) 동서양에서의 철학적 의미를 아우르는 ‘소요’와 서점이 합쳐진 셈이다. 실제로 소요서가가 위치한 을지로 청계세운상가 3층의 경우는 한가롭게 거닐 수 있는 산책로도 마련돼 있다. 이에 운영진은 “소요서가에 방문한 이들이 직접 인근 산책로를 거닐며 철학적 의미를 대화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근대화의 상징,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지키려는 자와 버리려는 자와 같은 대립들이 뒤엉킨 을지로를 소요서가 운영진은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라고 표현했다. 을지로 청계세운상가는 오래되고 친숙한 공간이라 할 수 있지만 쇠락한 공간이라는 역설적 의미도 있다. 이를 착안해 소요서가 운영진은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물음을 철학적으로 제기해보는 기회를 꿈꾸고 있다. 운영진은 “을지로를 테마로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해보는 학술대회를 개최하거나 출판에 적합한 단행본을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아카데미 형태로 연구 성과를 내는 사업을 진행하여 공적인 영역에서 유의미한 기여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철학 공부모임에서 시작된 소요서가는 연구소인 ‘오늘’ 주도 하에 서점과 출판사 그리고 아카데미를 연계시켜 사업을 진행해나가고 있다. 소요서가 운영진은 “출판은 철학적 개념을 만드는 일이고 서점은 만들어진 개념을 책이라는 물질로 만들어 전시하는 것”이라며 “이후 아카데미는 그 내용들을 사람들과 공유하며 다시 새 개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과정”이라 말했다.

소요서가는 철학 공부가 처음인 이들을 위해 책 배치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이는데, 입구 쪽엔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입문서를 배치하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평전, 철학 교양, 고전 등이 있다. 매달 하나의 테마를 정하는데 이번 달은 ‘몸’이 주제다. 소요서가 운영진은 “몸에 대한 내용도 철학적 의미로 접근 할 수 있다”며 “예컨대 페미니즘에서 다루는 몸이나 장애학에서 다루는 몸, 운동과 관련된 몸에 대한 내용들 또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파악하는 게 다 철학적인 고민”이라고 전했다. 운영진에 따르면 다음 달에는 넷플릭스의 한국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관련해 게임에 대한 테마로 기획할 예정이다.

장벽 높은 철학을 취미로 만들어 마음의 근육 단련하기를

신체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육체적인 근육을 쓰는 운동처럼 마음건강을 위한 정신적 근육을 사용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절감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지만 철학은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이들을 위해 소요서가는 책 추천을 해주고 있다. 어려운 고전을 읽기 전에 필요한 해설서의 내용도 간단히 소개해준다. 저마다 운동, 악기, 미술과 같은 다양한 취미가 있듯, 철학공부도 취미를 갖게 된다면 이를 생활로 적용해 나에 대한 이해로도 확장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운영진은 “철학은 처음이 어려울 수 있지만 인내를 갖고 공부한다면 새로운 시선으로 타자와 세상을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취미가 없는 이들에게 서점이 작은 자극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책을 추천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용기”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며 칸트의 서적 <계몽이란 무엇인가>를 권했다. 이 책에서 칸트는 이성의 사적사용과 공적사용 이론을 말한다. 여기서 사적사용은 직업인으로서의 의무를 의미하고, 공적사용은 보편적 세계 시민으로의 삶을 뜻한다. “너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라는 계몽의 표어는 철학을 배우는 이들에게 여전히 필요한 아포리즘이다. “서점을 운영하려는 구성원들의 의지는 모두 용기에서 시작된 거예요. 내재된 용기를 우리 모두 잘 활용해야 합니다. 그 중심에 철학과 소요서가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독서신문 장다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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