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페미니즘 철학은 무엇인가?
[책 속 명문장] 페미니즘 철학은 무엇인가?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0.12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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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기존의 철학을 겹쳐 쓰고 같이 쓰면서, 뿌리 깊은 기성 철학의 입장에서 벗어나 어디서든지 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사유들의 목초들, 풀들을 자라나게 하는 일인 거예요. 지워버리고 없애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겹쳐 쓰다보면 새로운 모양이 될 수 있잖아요. 다 지우고 새로운 흰 종이에서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방식 안에서 새로운 운동을 발명하면서 살아가는 것들, 이게 저는 페미니즘 철학인 것 같아요.<53쪽>

울스턴크래프트는 이성주의자, 계몽주의자예요. 이성주의자, 계몽주의자로서 봤을 때 남녀가 불평등하고, 이 불평등이 바뀌지 않는다면 페미니즘 이론으로 인간의 평등성을 쟁취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성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걸 바탕으로, 우리가 민주주의를 옹호한다면 당연히 페미니즘을 옹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봐요.<69쪽>

그래서 저는 낙태권의 문제는 여성의 자기 몸에 대한 권리, 내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문제로만 협소하게 해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어요. 파이어스톤이 재생산의 권리를 제기한 이유를 떠올리면서요. 파이어스톤은 재생산이라는 게 지금의 가부장제를 지탱하는 억압이라고 분석했고, 이로부터 저항하면 가부장제라는 구조를 다 흔들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 거잖아요. 그리고 재생산 문제 때문에 성 계급까지 호명했잖아요.<296쪽>

여기서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페미니즘은 여성이 권력을 찾는 문제이기도 하고 권력을 갖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페미니즘 운동은 권력자 입장에만 설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페미니즘 운동은 언제나 권력을 갖지 못하는 사람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하니까요. 권력을 쟁취해야 하는 문제도 있겠죠. 하지만 권력을 쟁취하는 방식은 사실 정체성의 정치학의 방식이거든요. 차이의 정치에서는 권력을 생산하는 방식이 아주 중요한 것 같아요.<320쪽>

당연히 목소리를 갖지 않았던 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죠. 이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 목소리들 안의 차이들을 통해 많은 이해들, 많은 지식들을 갖게 되는 것들이 정말로 중요해요.<332쪽>

[정리=송석주 기자]

『페미니즘 철학 입문 - 우리가 서로를 찾을 때까지』
김은주 지음 | 오월의봄 | 456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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