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석주의 영화롭게] 폭력의 포르노그래피, ‘디피’와 ‘오징어 게임’
[송석주의 영화롭게] 폭력의 포르노그래피, ‘디피’와 ‘오징어 게임’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0.09 06: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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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디피>와 <오징어 게임>이 화제다. <디피>는 탈영한 군인들을 추적하는 헌병들의 이야기이고, <오징어 게임>은 수백억 원의 상금이 걸린 게임에 목숨을 걸고 참여한 빈자들의 이야기이다. 두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고통’과 ‘폭력’이다. 전자가 고통과 폭력의 세계로부터 탈주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후자는 고통과 폭력의 세계로 자진해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동선만 다르지 상황은 비슷하다. 두 작품 모두 사람 ‘잡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 하나.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나?”

고통과 폭력의 세계를 다룬 영화를 볼 때마다 ‘재현의 윤리’를 생각하게 된다. 재현의 윤리란 영화 속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구도와 방식이 윤리적이어야 함을 말한다. 즉 ‘카메라’가 ‘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에서 전쟁영화를 예로 들며, ‘피사체를 비추는 카메라’와 ‘인간을 쏘는 총’을 동일시했다. 관객의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캐릭터를 겁박하고 학대하는 연출의 가벼움과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 연출은 곤충의 사지를 절단하고, 그것의 움직임을 살피는 아이들의 엽기적인 장난이어선 안 된다.

<D.P.>(디피) 티저 예고편 스틸컷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피사체를 대상화하는 속성을 지닌 도구다. 그래서 타인의 고통을 재현하는 영화들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관음증’과 ‘포르노그래피’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영화들로 인해 관객들은 인식의 혼란을 경험한다. 영화 속 인물들이 걱정스럽고,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왜냐하면 관객들이 고통에 허덕이는 캐릭터를 보면서 항상 ‘윤리적인 생각’만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관객의 잘못이 아니다. 손택의 표현대로, 그런 이미지들은 대부분 음란하기 그지없는 흥미를 자아낸다.

<디피>는 두 남성의 활극(혹은 영웅 만들기)을 위해 탈영병들의 서사가 입체적으로 다뤄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 ‘봉디쌤 에피소드’와 ‘할머니 에피소드’ 정도를 제외하면, 탈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소 헐겁게 묘사된다. 대신 탈영병들의 고통을 불필요하게 클로즈업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행위로 괴로워하는 탈영병들의 이미지가 무분별하게 나열될 때, 관객이 영화에 참여할 여지는 협소해진다. 가해자를 향한 분노와 “나는 무사하다”는 안심의 정서가 영화 밖의 관객과 영화 속 피해자의 연대를 차단하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는 인물들이 게임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돈 때문에 딸 앞에서 수모를 겪게 하고, 동생을 보육원에 버리게 하며, 포악한 사장에게 노동력을 갈취당하게 만든다. 또한 게임의 승리를 위해서 여성으로부터 몸을 팔게 하고, 아내를 죽이게 하며, 이주노동자를 순수하고 어리석게 묘사한 뒤 무참히 삭제한다.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방식이 굉장히 납작하고 단선적인 것이다. 고통을 등에 업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극한의 상황에 가두면서 기괴한 생존주의를 외치는 이 영화의 작법에 동의하기 힘들다.

<오징어 게임> 하이라이트 영상 스틸컷

특히 <오징어 게임>은 피 튀기는 살육의 현장을 관람하는 ‘VIP’들의 시선을 통해 대놓고 타인의 죽음을 구경거리로 만든다. 이때 VIP의 시선과 화면 바깥에 있는 관객의 시선은 본의 아니게 합일을 이룬다. 고통과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거리에서, VIP들과 관객들은, 무수한 익명들의 죽음을 한가롭게 관람하는 특권을 누린다. 그 특권은 영화가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부여한 것이다. 영화에 의해 강요된 특권인 셈이다. 이 순간 카메라는 총이 되고, 영화 속 인물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영화이미지에도 ‘생명력’이 있다는 영화학자 에드가 모랭의 주장은 영화가 거짓 세상이 아니라 ‘또 다른 현실’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관객은 “재현된 현실에 또 다른 차원의 현실을 부가하면서 재현된 현실의 범위를 넓혀주고, 이렇게 확장된 현실은 더욱 다채로운 층위에서 다시 관객의 정신적 참여 몇 정서적 동일화를 이끌어낸다(김호영, 『영화이미지학』)”. 대부분의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허구의 세상에 현실의 감각을 부여한다. 그래서 카메라가 총이 되면 안 된다. 영화와 현실은 긴밀히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디피>와 <오징어 게임>은 타인의 고통을 필요 이상으로 전시한다. 두 작품 속 캐릭터들은 주체적으로 행동한 게 아니라 그렇게 행동하도록 유도(혹은 강제)됐다. 캐릭터를 궁지로 몰아세운 뒤 그로부터 떨어져 방관하고, 관음하고, 구경하는 카메라에 의해서. 그렇기 때문에 두 작품은 지옥과 다를 바 없는 추악한 현실의 모습을 비판하는 영화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주제를 표상하고 있다고 말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죽음에 내몰린 사람들의 참담한 상황이 자극적으로 대상화된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 문자 그대로 ‘포르노그래피’일 뿐이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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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무엇인가 2021-10-09 10:55:55
사실 저는 영화 <기생충>이야말로,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이나, 상류층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가 궁금합니다.
기생충의 내용을 흥미롭게 생각할 수 있는 전제는 '내가 중산층이라는 믿음'이니까요.

만약 오징어게임의 고통이 흥미롭게만 느껴진다면 그 사람은 자신이 공정경쟁이라는 미신같은 제도에 의해 정당화된 자본주의 게임에서 자신이 승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나, 자신을 둘러싼 부조리를 인식하지 못한 사람이겠지요.

정의란무엇인가 2021-10-09 10:49:40
사람에 따라서는 인물들의 고통을 흥미롭게 관람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물에 자신을 이입해서 그들의 고통을 공감한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을 보아하니 외국인들의 경우는 그저 흥미로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D.P.에 대해서도 인물들이 겪는 폭력이 군생활 때 겪었던 폭력과 다름 없음을 간증(?)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오징어게임에 대해서도, '꼭 둘 중 한 명이 죽어야 하는거야?' '나라면 상훈과 같이 행동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라며 자신을 되돌아 봅니다.

정의란무엇인가 2021-10-09 10:33:45
대부분 동의하지만, 그렇기에 감독이 VIP장면을 일부러 넣은 거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VIP장면이 흥미성 구성적 완성도 측면에서 차라리 빼는 게 나은 장면임에도 들어가게 된 것은, 게임에 대한 몰입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타인의 고통을 관음하는 관람자로서의 시선에 있어서는 관객이 VIP와 다를 것이 없음을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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