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단 리뷰-⑥] “죽은 남친의 추모를 위해 빵을 굽는다?”… 『사건은 식후에 벌어진다』
[대학생기자단 리뷰-⑥] “죽은 남친의 추모를 위해 빵을 굽는다?”… 『사건은 식후에 벌어진다』
  • 강희원 대학생 기자
  • 승인 2021.10.1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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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이 대학생기자단의 기사를 게재합니다. 대학생기자단은 각종 북 리뷰 및 인터뷰, 현장 취재 기사 등을 통해 젊은 감각과 재기발랄한 시선으로 다채로운 정보를 제공할 것입니다.

출판그룹 민음사의 자회사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출간된 ‘테이스티 문학상’ 작품집. 음식을 테마로 한 단편 소설집으로, 책에는 디저트와 커피·차를 주제로 진행한 공모전 수상작 7편이 실렸다.

소금 사탕(김노랑)┃탐정에겐 후식이 있어야 한다(김태민)┃과자로 지은 사람(한켠)┃이 커피가 식기 전에 돌아올게(박하루)┃포기 크랙(범유진)┃어떤 커피부터 사원 복지라고 할 수 있는가(유사본)┃다이아몬드는 영원히(전효원)으로 구성된 목차는 추리·미스터리·판타지 등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장르소설로 구성돼 있다.

출판사에 따르면 저자들은 외식을 위해 돈을 벌고, 밥보다 과자와 빵을 더 좋아해 빵지순례를 계획하고, 아이스크림만 사흘 내내 먹다가 위경련으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하는 등 음식에 나름의 애정이 있는 장르소설 매니아다. 작중 음식과 관련된 장면에서 돋보이는 묘사를 통해 미식을 즐기는 저자들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아무것도 아닌 동거녀가 난리 친다는 멸시와 모욕을 받아. 사람이 죽었는데 돈이나 뜯어 내려는 독한 년이라고”(과자로 지은 사람)

남자친구가 열두 시간씩 공장에서 밤낮을 바꿔 일하다 업무상 사고로 사망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가족에서 배제되어 합의서와 합의금을 받지 못한 주인공. 독서논술 교사 일을 그만두고 대신 빵과 과자를 굽는다. 죽은 남자친구를 추모하기 위해.

“아팠던 네 발에 향유를 바르듯 설탕에 조린 사과 콩포트를 타르트 반죽 안에 빈틈없이 채워 넣어. 너와 내가 받지 못한 사과를 많이, 아주 많이 채웠어. 사과를 머리카락처럼 얇게 썰었어. 흰 국화가 싫어서 얇은 사과 조각을 장미꽃 모양으로 빙둘러서 올렸어. 사과로 만든 장미가 오븐 안에서 그을리고 시들어. 그 위에 사과잼을 발라 윤기나는 조화를 만들어. 더 이상 시들지 않게”

폐업하고 이름만 바꿔 다시 개업하는 하청, 몇백만 원의 벌금과 집행유예로 빠져나가는 담당자들. 원청과 하청의 산업재해 책임전가에 발이 허공에 떠 버린 유가족의 고통스러운 심정과 대조되는 갖가지 디저트의 향연이 번갈아 그려지며 슬픔을 고조시킨다. 이토록 달콤한 장례식이라니.

“나, 흡혈귀예요." 오후 5시.카페에서 듣기엔 너무 생경한 헛소리였다.(어떤 커피부터 사원복지라고 할 수 있을까)​”

우월한 신체조건에 사람을 위협하는 존재로 흔히 묘사되던 흡혈귀가 피를 얻기 위해 병원에 간호보조원으로 취직했다. 흥미로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계약직 촉탁직원으로서 갖은 수모를 겪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현실적이어서 블랙코미디처럼 느껴질 정도다.

인건비를 줄이려 직원을 해고해 과중된 업무를 홀로 감내하고, 억울하게 약품 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혐의를 받아 계약 갱신 취소를 통보받는 등 평화롭게 피를 얻기 위한 흡혈귀씨의 눈물겨운 분투가 마냥 판타지 소설처럼 편하게 읽히지만은 않는, 노동자에 대한 부당 처우 문제를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이다.

짧은 호흡으로 다채로운 소설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집이다. 다만 이 장르를 선호한다면 만족스러운 독서가 될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읽기 전 재고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음식 묘사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해 봄직하다.

[독서신문 강희원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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