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단 리뷰-⑤] “문학, 마음을 다독이다”… 『친애하는 내 마음에게』
[대학생기자단 리뷰-⑤] “문학, 마음을 다독이다”… 『친애하는 내 마음에게』
  • 유현승 대학생 기자
  • 승인 2021.10.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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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소설책을 많이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다. 소설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등장인물들의 입장을 내 입장에 대입해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는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단지 소설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공감능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오히려 현실세계만큼이나 소설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깨달음만 재확인했을 뿐이었다.

『친애하는 내 마음에게』(두리반)는 속이 깜깜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등장인물들에게 공감할 수 있게 하는 통로와 같은 책이다. 저자 강영준은 교사로 배움을 통해 문학과 심리학의 접점을 찾아가면서 『허균씨, 홍길동전은 왜 쓰셨나요』 『누가 사도세자를 죽였는가』 등의 책을 펴낸 바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들어 봤던 소설에 나오는 알쏭달쏭한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를 구체적인 심리학 이론을 곁들여 낱낱이 분석해 서술한다. 또한 현대인의 사고방식이 소설 속 등장인물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줌으로써 문학 작품이 가지는 보편성을 강조하고, 동시에 우리의 마음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책 속에는 총 15개의 소설과 각각에 대응하는 심리학자들의 이론이 등장한다. 가령, 저자는 <폭풍의 언덕>에서 히스클리프가 그토록 캐서린에게 집착했던 이유를 심리학자 볼비의 애착 이론으로 설명한다. 고아였던 히스클리프는 유일하게 캐서린과 어렸을 때부터 애착 관계를 형성했지만, 다른 사람과 결혼해버린 캐서린이 그 애착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불안정한 애착이 히스클리프에게 폭력적인 성향과 캐서린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유발한 것이다.

등장인물의 심리를 해석한 것에서 더 나아가, 저자는 히스클리프가 캐서린 이후에 애착의 대상을 다시 찾지 못했기 때문에 삶에서 실패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럼으로써 현대인들에게도 외로울 때 기댈 수 있는 애착의 대상을 찾는 것이 좋으며, 폭풍의 언덕과 같은 비극이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양육자가 어떻게 하면 아이와 애착을 안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지 몇 가지 팁까지 제시한다.

현대인의 마음의 병은 흔히 무시되어진다. 대중매체에서 종종 부정적으로 묘사되기도 하거니와, 마음의 병에 대한 뿌리깊은 낙인 효과도 있다. 이를테면 정신과 진료 기록이 있으면 취업이나 보험가입에 불리하다는 소문도 있다. 심지어 마음의 병은 개개인의 정신력이 부족한 탓에 생기는 것이라고 폄하되기도 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일상생활에서 마음의 병에 대해 말을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되는 경우가 많고, 결국에는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자신이 마음의 병에 걸려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질병에 대한 무지는 위험하다. 하나의 예시로, 현대인이 경험하는 질병 중에 번아웃 증후군이 있다. 번아웃 증후군은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입하다가 갑자기 무기력에 빠지는 정신적인 질환이다. 현대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은 미덕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 자신은 번아웃이라는 것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자연히 그 위험성도 쉽게 간과된다.

책에 등장하는 소설 <필경사 바틀비>의 주인공은 필사를 하는 필경사이다. 그는 과도한 노동으로 번아웃에 걸린 후 자신에게 주어진 필사를 거부한다. 더 이상 필사를 하고 싶지 않다며 상사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결국 번아웃의 여파로 정서적으로 탈진하여 쓸쓸한 죽음을 맞게 된다. 저자는 위 소설의 이야기를 빌려 현대인들에게 번아웃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설의 주인공처럼 능동적으로 일을 거부하는 주체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문학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시대이다. 도대체 문학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냐며, 정규 교육과정에서 문학보다는 실용적인 과목을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문학은 우리의 마음을 보살핀다. 우리의 마음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고, 내밀하며, 제일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문학을 읽고, 우리의 마음을 문학에 비추어 추스르는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시도를 하는 데 아주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독서신문 유현승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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