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단 리뷰-①] 여자를 위한 세계는 없다… 『지성이 금지된 곳에서 깨어날 때』
[대학생기자단 리뷰-①] 여자를 위한 세계는 없다… 『지성이 금지된 곳에서 깨어날 때』
  • 고지우 대학생 기자
  • 승인 2021.10.0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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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이 1일부터 대학생기자단의 기사를 게재합니다. 대학생기자단은 각종 북 리뷰 및 인터뷰, 현장 취재 기사 등을 통해 젊은 감각과 재기발랄한 시선으로 다채로운 정보를 제공할 것입니다.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연단에 오를 권리도 있다.” 18세기 말 단두대에서 처형된 프랑스의 여성 혁명가 올랭프 드 구주(Olympe de Gouges)가 외친 말이다. 여성의 천부적 권리 행사를 위해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말하려는 욕망을 가진 죄’로 처단됐다. 이성을 가진 완성된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던 여성들에게 지성이 금지되지 않은 곳은 존재했을까.

책 『지성이 금지된 곳에서 깨어날 때』(나무연필)는 금기와 금지를 넘어 읽고 쓰려고 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성이 금지된 곳에서 깨어난 사람들의 삶을 퍼즐 맞추듯 다시 구성하고, 그들의 핵심적인 주장을 전달한다. 그들 중에는 남자도, 페미니스트가 아닌 사람도, 페미니스트라고 하지만 마냥 선하지 않은 사람도 포함되어 있으나 닫힌 문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드렸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로서 함께 등장한다. 저자는 젠더/여성분야를 오랫동안 취재해온 한겨레신문 이유진 토요판 부장이다.

1장 「어떤 여자들에 대하여: 지성은 여성의 것」에서는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히면서도 지식계에 뛰어든 열다섯 명의 여성 거인들을 조망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었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거리로 뛰쳐나가 세상을 활보한 나혜석, 하야시 후미코, 버지니아 울프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환자의 심박수가 아닌 감정에 더 관심을 가진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이야기까지 사정은 다르나 지성을 감추지 않고 활동한 여성들이라는 점에 그들을 주목한다.

가부장적 가정환경과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여성은 순종적이고 남성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할 것을 강요당했다.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외치는 ‘안전하지 않은 여성’은 같은 여성에게 질타받기도 했고, 소위 하층계급으로 여겨진 여성들은 더 큰 난관을 마주해야 했다. 성차별 사상에 맞서기 위해 글을 쓴 여성들은 갖은 조롱과 희화화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여성 거인들은 굴하지 않고 세상과 싸웠다.

2장 「어떤 여자들을 위하여: 말, 몸, 피, 신, 그리고 페미니즘」에서는 2000년대 페미니즘 물결의 중심에 있었던 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말, 몸, 피, 신이라는 네 가지의 키워드를 통해 여성의 몸에 길라잡이가 될 수 있는 책들을 살펴보고 여성의 신체를 금기시한 이슈들과 자기 몸의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목소리를 낸 이들의 여정을 공유한다.

전통처럼 오래 지속되어온 여성혐오 문화는 여전히 일상 곳곳에 남아있다. 여성혐오 표현은 옛 설화 속에서부터 IT 기술이 발달한 현재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드러난다. 걷잡을 수 없게 돼버린 사회 문화적 억압으로 인해 정당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2장의 ‘분노, 그 미칠 듯한 데서 구원할 사람은 나 자신뿐’에서는 친절하지 않을 자유마저 없었던 이들에게 현명하게 분노하는 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인생의 모호함 속에 고통받는 이들에게 아주 작은 힌트라도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썼다”, “책은 종이 처방전이라지만, 칼날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베어내고 난 자리에는 새살이 돋는다”라고 전하며 닫힌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이들에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다. 저자가 저널리스트이자 ‘주말의 연구자’로서 공부를 이어갔던 것처럼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찾기 위해 읽고 쓰고 나아가는 데 주저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독서신문 고지우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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