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추자도에서 최영 장군 제사를 지내는 이유는
섬마을 추자도에서 최영 장군 제사를 지내는 이유는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9.2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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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제주도가 하나의 ‘국가’였다는 사실은 놀랄 얘기는 아니다. 제주도는 과거 ‘탐라’로 불리는 독립국가였다. 물론 백제와 신라에게 조공을 바치는 등 속국 대우를 받았지만, 자체적인 서열과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삼국시대 말기 국제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던 시절 백제 영향권 아래 있던 탐라는 당나라와 일본을 드나들며 외교전을 펼치기도 했다. 고려시대 기록에는 탐라인이 빈공과(외국인들 대상으로 치러진 시험)에 응시했다는 내용도 있다. 내륙에 완전히 편입된 12세기 이후에도 자치권은 계속 존재했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은 거의 없다. 이미 대한민국 인기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제주지만, ‘역사’ 이야기를 해주는 이는 드물다.

책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제주 여행』(책읽는고양이)은 고고학의 눈으로 제주와 만나는 역사 여행 에세이다. 과거 ‘가야’ ‘경주’ ‘백제’ 등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를 출간했던 소장 역사학자 황윤 작가가 저자이다. 제주도의 고대사부터 고려 시대 제주를 들여다보면서 탐라와 제주 명칭의 유래, 제주에 말이 많은 까닭, 제주의 정체성 등을 살핀다. 제주 문화 유적지를 탐방하는 저자의 눈을 따라가다 보면 제주의 과거가 보인다.

삼별초의 난 이야기가 흥미롭다. 1270년부터 3년간 벌어진 삼별초의 난은 최씨 무인정권의 군사조직이었던 삼별초가 해산 명령에 불복해 제주에서 봉기한 사건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평정한 몽골이 고려까지 점령하려 들자 가장 반발한 집단이 삼별초였다. 삼별초는 강화도-진도-제주도로 이동하면서 지속적으로 대몽 항쟁을 펼쳤다. 이 과정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곳이 제주박물관에 상설 전시돼있는 ‘삼별초 특별전’이다. 저자는 이 전시를 “국내 유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관련 유물을 빌려왔다”며 “덕분에 삼별초가 사라진 후 고려와 원나라 연합군이 제주도 남해안 등에서 배 900척을 만들어 일본을 공격하다 실패한 내용까지 잘 갖추고 있다”고 평기했다.

추자도의 최영 사당도 들러볼만한 장소다. 뜬금없이 제주도에 부속된 섬마을에서 최영을 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아 있는 기록은 몽골 잔존 세력을 진압하려고 추자도를 방문한 최영 장군이 이곳 사람들에게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저자는 한반도 내 어느 지역 사람들보다 바다에 가까운 사람들이 어로를 몰랐을리 없다며 다른 해석을 제기한다. 그는 추자도민들이 모시던 신이 최영으로 대체된 것이라고 말한다. 당시 추자도에는 육지에서 건너와 낚시와 농사를 가르쳐준 조상을 신으로 모시고 있었는데 2만 5천명의 군사를 데리고 와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최영이 그를 대신하게 됐다는 배경이다.

이 외에도 책은 제주에 대한 상식을 얻는 데 도움을 준다. 제주가 탐라에서 제주로 이름을 바꾼 것은 1214년부터다. 《고려사》 원종 7년 기록에는 “몽골에 정언 현석을 파견했는데 제주 성주(城主)와 동행하기 때문이다”라는 문구가 실려 있다. 당시 고려 정부는 왕실 주도로 몽골과 평화 협상 중이었는데 몽골에서 사신을 파견하자 제주 성주와 동행했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 때 제주의 ‘제(濟)’는 건너다라는 뜻으로, 제주는 바다 건너 고을을 의미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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