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Me Too Campaign)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여러 SNS에 자신의 성범죄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대중에게 알리는 캠페인이다. 여론을 도모하여 각종 성범죄를 사회적 차원에서 고발하는 것이다. 미투 운동은 2017년 10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을 폭로하기 위해 SNS에 해시태그(#MeToo)를 다는 것으로 시작하여 전 세계로 확산됐다.
한국의 경우 2018년 1월에 서지현 검사가 검찰의 고위급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와 별개로 일부에서는 ‘여성 배제 문화’와 ‘페미니즘 혐오’가 나타났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는 몇몇 후보들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젠더 갈등의 불씨를 키우기도 했다.
젠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페미니즘의 과거와 현재를 면밀하게 살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책 『영화로 읽는 페미니즘 역사』는 영화를 통해 페미니즘의 역사를 개괄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책은 페미니즘의 본원적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데 입문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영화라는 매체를 사용한다. 잘 알려진 영미 영화 네 편, 국내 영화 네 편을 가져와 시대별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책의 저자는 조현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이다. 조 교수는 젠더 이론가인 주디스 버틀러 전문 연구자로 유명하다. 그는 “평등한 인류의 보편 인권을 주장한 페미니즘은 근본적으로 인본주의를 지향한다. 따라서 본원적 의미의 페미니즘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질 이유는 전혀 없다”며 “인간의 보편적 평등을 지향하는 페미니즘의 기초에 충실해서, 보편 인권 위에서 각자의 다양한 차이를 인정하는 평등의 추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조 교수는 김도영 감독의 <82년생 김지영>을 예로 들어 “현실에서 남녀평등이 얼마나 실현되기 어려운 것인지 잘 보여 준다”고 말한다. 그는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 출산 후부터 남녀의 상황은 많이 달라진다. 갓난아기가 생존하려면 성인이 24시간 보살펴야 하는데, 그 일을 대부분 여성이 맡는다. 그에 따라 여성은 육아와 직장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고 많은 경우 여성의 사회적 경력 단절로 귀결된다”고 지적한다. 법적·제도적 차원의 남녀평등은 어느 정도 개선되었지만, 현실의 생활에서는 여전히 불평등하다는 것이다.
그는 “페미니즘은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인본주의사상이다. 나의 어머니와 당신의 어머니뿐 아니라, 남자와 여자가 기회나 권리는 누리는 데 차별당하지 않도록 하려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동등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늘도 정진한다”며 “경쟁이 혐오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당신도 페미니스트다. 소수자가 다수자 때문에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차이가 그로 인해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 당신도 인본주의적 페미니스트”라고 말한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