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독서인권] 장애인용 도서 디지털 전환... 출판사 협조 있어야 완성돼
[특별기획-독서인권] 장애인용 도서 디지털 전환... 출판사 협조 있어야 완성돼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8.0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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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장애인, 독서인권을 말하다]
 21세기는 지식기반사회입니다. 지적 격차가 삶의 격차로 이어지고 교육을 매개로 한 계층 대물림이 공고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서는 삶의 질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독서 소외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특히 장애인의 독서 접근성은 비장애인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독서신문>은 국내 언론 최초로 장애인의 독서인권 문제를 취재해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시각·청각·발달장애인들의 독서 생활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법적·제도적 미비점은 무엇인지를 점검합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김예지(국민의힘), 장혜영(정의당) 의원 인터뷰를 비롯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 부탁합니다.

세상은 빠르게 디지털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생활에 편리를 더해주는 전자매체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일상을 더욱 효율적으로 살 수 있게 됐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더는 무겁고 두꺼운 종이책을 들고다니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으로 500쪽 분량의 책도 편안한 장소에서 읽을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한 세상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눈만 뜨면 변해가는 세상에 장애인들에 대한 기술적 배려는 여전히 더딘 수준이다. 급격한 디지털 전환에 따른 장애인들의 소외를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 포용 추진 계획’ 등 사업을 진행하며 문턱을 낮추겠다고 하지만 장애인들이 체감하는 디지털 세상은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 중심으로 정보를 전달되는 세상에서 시각장애인들이 겪는 소외감은 더하다. 시각장애인들이 이미지 기반의 PDF 파일을 읽을 수 없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스크린 리더’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자 문서에 담긴 텍스트를 음성 언어로 듣는다. 이미지 기반의 PDF 파일은 프로그램이 해독할 수 없다.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하면 하루이틀만에 택배가 도착하지만, 장애인들이 대체도서를 주문하면 길게는 6개월이 걸린다. 이러한 점만 놓고 보면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전환은 장애 친화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김동복 도서출판 점자 대표는 “키오스크 무인 주문 등 일반 국민들이 디지털 전환으로 얻는 혜택은 늘어났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여전히 접근성 확보가 안 됐기 때문에 차별은 더 커져버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각장애인의 독서 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 기관에서는 광학 문자 인식 기술(OCR)로 대체자료 제작에 걸리는 시일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OCR은 문서에 적혀 있는 문자(묵자)를 이미지 스캔을 통해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언어로 변환하는 작업이다.

기존 도서의 점역 과정에서는 대체자료 제작 의뢰가 오면 해당 도서를 자원봉사자가 일일이 입력한 후 이 파일을 교정‧점역(점자 번역) 과정을 거쳤다. 짧게는 2개월 길면 6개월 정도 소요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OCR을 사용하면 종이에 적힌 글자가 컴퓨터로 입력되는 데 3~4시간 정도면 해결된다. 자원봉사자들이 각자 맡은 페이지를 나눠 작업을 진행하는 데 약 열흘 정도 걸렸던 것에 비하면 효율적인 수단이다. 기계 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정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의 수고도 덜 수 있다.

물론 이미지 스캔을 통해 읽어낸 문자가 완벽하게 옮겨지는 것은 아니다. 숫자 ‘1’ 영어 소문자 ‘l’ 한글 모음 ‘ㅣ’ 등 유사하게 생긴 언어는 여전히 혼선이 존재한다. ‘관하여’를 ‘판하여’로 읽는 등 오역도 종종 발생한다. 수학 기호나 음표, 도형 등은 제대로 스캔이 되지 않는다. 컴퓨터가 종이에 적힌 글자를 쉽고 빠르게 옮겨준다 한들 결국 사람의 눈으로 꼼꼼하게 교정을 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관계자들은 “기존 작업과정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고도 전하기도 했다.

OCR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과거에 비해 컴퓨터가 텍스트를 옮기는 정확도는 꽤 늘었다. 사람이 직접 옮기는 것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용 촉각 디스플레이 제작 기업 ‘닷’을 비롯한 6개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연합체)의 활동이 눈여겨볼만하다. 컨소시움에 참여한 부산 카톨릭대학교는 이미지 속 글자와 그림, 도형 등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지능형 OCR 기법을 연구 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대체 자료 제작 과정에서 절실한 것은 출판사들의 협조이다. 출판사들이 원고가 담긴 파일을 해당 기관에만 제공해준다면 대체 자료 제작 과정은 OCR을 활용하는 것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김동복 도서출판 점자 대표는 “저작권과 원고 유출 위험을 들어 원고 파일을 제공해달라는 요청이 자주 거부당한다”며 “출판사들이 출판물 납본 의무를 법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팀장은 “정부가 출판물 원본 데이터를 공공기관에 의무적으로 납부될 수 있게 한다면 장애인들의 정보접근성 문제가 조금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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