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도움 된다면 인권은 뒷전이어도 되나…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으로 본 공리주의
코로나에 도움 된다면 인권은 뒷전이어도 되나…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으로 본 공리주의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7.28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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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된다면 인권을 어느 정도 희생해도 괜찮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응답할까. 개인보다는 공익을 우선하는 성향의 한국은 아마도 찬성 응답자가 많을 것이다. 우리만 그러는 게 아니다. 2020년 3월 갤럽의 국제여론 조사에서는 이탈리아 93%, 프랑스 84% 등 전체의 75%가 찬성했다. 생명 앞에서 인권이나 민주주의는 초라해지는 걸까. 사실 코로나 이후 정부가 다양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서로 연결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한국이 K-방역을 자랑하게 된 것 역시 개인정보망 연결을 통한 감염자 추적이 효과를 봤기 때문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코로나를 계기로 감시사회화는 더욱 촘촘해지는 걸까.

가지타니 가이 일본 고베대 교수와 자유기고가인 다카구치 고타의 공저인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은 이런 점에서 흥미롭다. 감시 카메라가 가장 많은 도시 순위를 뽑으면 상위 20개 중 중국이 16곳이나 된다. 안면인식 기능과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CCTV는 세계 제일 수준이다. 중국의 감시 카메라는 아프리카‧중동‧아시아 등지에 수출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중국은 세계 제일의 앱 대국이다. 메시지, 택시 호출, 배달 대행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인증이 필요하다.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이 입력되면 ‘네트워크 운영자는 안전 보호와 범죄 수사 활동에 지원과 협력해야 한다‘(네트워크안전법 28조)는 규정에 따라 신원이 조회된다.

민주주의라는 서방의 시각으로 보면 중국은 시민과 언론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디스토피아이다. 겉으로는 중국 공산당에 따르지만 속내는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또한 잘못된 인식이다. 2019년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의 ‘세계가 걱정하는 것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28개국 국민들의 과반수(58%)가 “자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중국인의 94%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답변했다.

책은 이같은 사회시스템에서 살고 있는 중국민들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저자들은 중국인들이 ‘안정’을 얻기 위해 ‘자유’를 자발적으로 내려놓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우선 감시 사회의 ‘공(功)’에 주목한다. 감시 카메라는 중국 사회의 범죄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 역할을 한다. 가령 유괴 사건이 벌어지면 경찰은 아이의 특징을 AI 감시 카메라망에 입력해 바로 아이와 유괴범이 있는 곳을 찾아낸다.

국민과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후 보상이나 제제를 가하는 ‘사회신용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각 주체에 점수를 매기는 이 시스템은 중국 내부에서 만족도가 높다. 탈세나 환경 오염 문제를 일으킨 기업은 블랙리스트가 되고, 지방 정부에서는 효도와 헌혈 등 선행을 하는 개인에게 도덕적 신용점수를 부여한다. 결과적으로 두 시스템은 중국 사회를 ‘바르고 예측 가능한 사회’로 만들며 국민 만족도를 높인다.

과거와 달라진 검열 방법도 눈에 띄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기존 반 정부적인 게시물을 고의적으로 삭제하는 등 눈에 띄는 통제보다는 ‘보이지 않는 삭제’를 고안했다. 작성자 본인에게는 평소대로 글이 보이지만, 다른 이용자들에게는 글이 표시되지 않거나 추천글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식이다. 게시자도 검열 사실을 몰라 논란이 불거지지 않는다. 인터넷 게시물 점수 시스템을 통해 자발적으로 검열에 참여하게 하는 시스템도 있다. 중국 SNS 웨이보는 글이 수준 미달이면 감점하고 추천 표시, 팔로우, 글 노출을 받지 못하게 한다. 반면, 다른 이용자의 부적절한 발언을 통보하면 점수를 회복시켜 준다.

이런 사회는 감시 받지 않을 권리를 외면하는 대신 사회적 안정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이는 비단 중국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들은 “사회 안정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정당화하는 일은 공리주의가 퍼진 자본주의 사회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감시사회화를 초래할 수 있는 신기술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제한할지 깊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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