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
“유토피아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
  • 황현탁
  • 승인 2021.07.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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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탁의 책으로 떠나는 여행 ⑳]
[책으로 떠나는 여행] <독서신문>은 여행과 관광이 여의치 않은 코로나 시대에, 고전이나 여행기에서 기술된 풍광과 문화를 소개하는 ‘책으로 떠나는 여행’이란 칼럼을 연재합니다. 칼럼은 『세상을 걷고 추억을 쓰다』라는 여행기의 저자이며, 파키스탄, 미국, 일본, 영국에서 문화담당 외교관으로 근무한 황현탁씨가 맡습니다.

 

황현탁

⑲ “왕은 철학이 없고 신하는 간교하다”…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⑱ “글을 끝내면 사랑을 나눈 뒤의 공허함이…”, 헤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
⑰ 유길준의 『서유견문』, "파리의 청초·화려함은 런던·뉴욕에 비해…"
⑯ “여행이 끝나지 않길 바랄 때도 있지만, 멈출 터널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
⑮ “어진 이는 사람에게 말(言)을 주지만...” 명나라 사신 동월의 『조선부』
⑭ “명석한 사람은 많아도, 너그러운 사람은 적다”... 신유한의 『해유록』
⑬ “예술이라는 하늘에는 새 별들이 계속 나타난다"-괴테의 『이탈리아 여행』
⑫ “평화와 재치, 정직은 절대 양보 못하는 가치”-마거릿 캐번디시의 『불타는 세계』
⑪ 명나라에 조선선비역량 뽐낸 조선관리... 최부의 『표해록』
⑩ “정의로운 것은 어디를 봐도 없다”... 린지의 『아르크투루스로의 여행』
⑨ “사랑을 위해서는 불속에도 뛰어들겠다” 아이헨도르프의 『어느 건달의 방랑기』
⑧ “기모노를 벗어던지고 칼을 들이밀며” - 카잔차키스 『일본중국기행』
⑦ “고종은 진보적이지만 나약하고, 민비는 지적이지만 후계 두려워해”
⑥ “조선 관리들, 중국 사대주의뿐 바깥 물정에는 관심 없어”
⑤ “사람을 파는 죄와 죽이는 죄는 다르지 않다” [황현탁의 책으로 떠나는여행-혜초의 『왕오천축국전』
④ 운명에는 겸손, 삶은 치열하게-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③ 속좁기로는 1등인 그리스 신들-호메로스의 『일리아스』 
② 존 번연의 ‘꿈’속의 천국 여행 『천로역정』 
①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숫자 12가 의미하는 것은

‘아틀란티스’(Atlantis)는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와 『크리티아스』에 등장하는 섬이자 국가다. 플라톤은 아틀란티스 이야기를 소크라테스한테 들었고,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정치가이자 그리스 일곱 현인의 한명인 솔론(Solon)에게서 들었으며, 솔론은 이집트의 신관으로부터 들은 것을 크리티아스의 증조부인 드로피데스에게 들려준 것이라고 한다.

『크리티아스』에는 “그리스인이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 부르던 지브롤터 해협 저편에 ‘아틀란티스’라는 이름의 섬이 있었다. 섬이라고는 하지만 그 땅은 리비아(북아프리카)와 아시아를 합쳐놓은 것보다 크며, 포세이돈이 자신의 몫으로 할양받은 땅이다. 포세이돈은 다섯 쌍둥이, 열 사내아이들 두었는데, 10명의 아들 왕들이 분할통치하는 강대하고도 견고한 제국으로 최 연장자인 왕의 이름이 ‘아틀라스’였다. 아틀란티스는 주변의 많은 섬들이나 바다 저편에 있는 대륙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었으며, 지브롤터 해협 안쪽으로도 아테네를 제외한 많은 지역을 지배하고 있었다. 아틀란티스는 좋은 자연조건과 풍부한 천연 자원이 있었고, 부가 넘쳤으며 번영을 이루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대지진과 대홍수로 인해 아틀란티스 섬은 하루 낮밤 사이에 사람들과 토지가 모두 바다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라고 기술되어 있다.(『크리티아스』 번역본의 전체 분량이 30쪽에 불과)

플라톤의 『크리티아스』의 마지막 부분에서 아틀란티스가 ‘신적인 본성을 잃고 인간적인 성정이 우위를 차지하는 평정을 잃어, 제우스가 벌을 내리고자 모든 신들을 불러 모아 이르기를...’하고 이야기가 끝나버린다. 아틀란티스가 갑작스럽게 바다 속으로 사라졌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 연관 지으면, “아무리 강대한 나라의 뛰어난 통치자라 하더라도 본성인 덕이나 지혜를 잃고 탐욕과 오만에 빠지게 되면 멸망하고 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인이었던 프란시스 베이컨(1561~1626)은 『새로운 아틀란티스』(The New Atlantis)라는 소설에서, 51명이 페루에서 출항해 중국과 일본을 향해 여행하던 중 표류하다 벤살렘(Bensalem)이라 불리는 섬에 도착한다. 소설은 기독교국가인 그곳에서 환대를 받던 중 알게 된 주민들의 생활상과 국가의 시책을 소개하고 있다. 영어본 소개에 따르면 “주민들은 국가가 추진하는 의약기술, 기상, 기계 등 과학기술발달 덕분에 ‘아량이 넘치고 개화되었으며, 품위 있고 영예롭게, 또 경건하고 공익에 봉사하는 정신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묘사한다. 세계에서 가장 순진무구한 나라이며, 세 살 이상 후손을 서른 명 이상 거느린 가장은 국가부담으로 성대한 가족축제를 개최한다(건강장수국가의 상징).

이 섬에는 원주민 외에 히브리, 페르시아, 인도 사람이 살고 있으며, 여러 나라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외부세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른 나라 사정을 훤히 알고 있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삶을 누렸으므로 상황유지가 최상이라고 생각하여 율법으로 외국인의 입국금지를 법제화하였다. 불시착한 외국인의 경우는 희망에 따라 떠날 수도 있었지만, 모두가 떠나지 않았고 개별적으로 13명만 고국으로 되돌아갔다. 반대로 자국민의 영해를 벗어난 지역으로의 여행도 금지했지만 솔로몬학술원(히브리사람들로부터 하나님이 세상을 6일 동안 창조했다는 소식을 듣고 ‘6일 작업 대학’으로도 부름) 회원에게는 임무를 부여하여 해외에 파견했다.

학술원은 신분을 감추고 외국에서 활동 하는 빛의 상인 12명(발견이나 실험서적자료수집), 약탈자 3명(실험정보수집), 신비인간 3명(인문학정보수집), 파이오니아/광부 3명(새로운 분야 실험연구)이 있으며, 그들은 세계도처에서 이루어지는 과학이나 예술, 기술의 발달, 발명품 등을 연구하고 중요한 서적, 기구, 모형 등을 가지고 귀국한다. 학술원 내에는 편찬자(연구목록작성), 지참금 지급자/은혜수여자(효용성탐구), 등불 3명(기존연구와 정보수집 현황점검), 접종자 3명(연구수행 및 결과보고), 자연의 해석자 3명(새로운 원리나 격언 도출), 초심자나 견습생 등이 활동하고 있다.

학술원에는 전시관과 기념관도 있는데 진귀하고 훌륭한 발견품과 발명품의 견본과 원본, 신대륙발견자 콜럼버스, 배, 대포, 화약, 음악, 문자, 인쇄술, 천문학, 주물, 유리, 비단, 포도주, 설탕 등의 발명자, 발견자, 창시자 등 위인들의 기념상이 전시되어 있다. 벤살렘의 위인들에게는 영예를 수여하며, 유용한 발명이나 발견 자료 발간이나 순회설명회 개최 등을 통해 행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학술원은 질병이나 자연재해 등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자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학술원 회원은 엄청난 영예를 누리며 그들의 행차는 구경거리가 될 정도로 휘황찬란하다. 학술원의 구체적인 역할과 활동은 아무나 발설하지 못하며, 해외에서 활동할 때 답례를 하거나, 설명을 들은 자신에게 일행을 위해 2000 두카트(ducats)에 상당하는 하사품을 주는 등 경비사용에도 상당한 재량이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소설에서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게 되므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다른 고대 성인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욕망을 절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모든 사람들의 안녕과 편의를 위한 방편으로 ‘솔로몬학술원’을 세워, 선진문물을 연구, 도입, 발전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에서는 세상의 모든 문제를 과학으로 풀 수 있음이 전제된다. 과학기술발전을 통한 최대한의 욕망 충족이 자신이 생각하는 유토피아이며, 이상적인 국가이다.

『새로운 아틀란티스』는 번역본이 80쪽에 불과한 단편소설이다. 16세기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17세기 톰마소 캄파넬라의 『태양의 도시』와 함께 3대 유토피아 소설로 알려져 있다. 플라톤의 ‘아틀란티스’에 대한 사전지식을 전제한 때문인지, ‘새로운 아틀란티스’ 주민의 생활상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고 벤살렘이라는 섬의 신비스러움이나 ‘학술원’과 관련된 얘기의 분량이 많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는 도덕이나 노동 등 윤리적인 면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반해 베이컨의 ‘유토피아’에는 과학기술의 진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번역자(김종갑)는 ‘베이컨의 유토피아는 타락하기 이전의 에덴동산이나 천국, 희랍신화의 황금의 시대를 연상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과학의 방망이를 두드리기만 하면 무진장한 보물과 음식이 쏟아져 나오는 도깨비방망이의 세계’라고 하면서, ‘현실세계는 이용되면서 소모되고 훼손되며 오염된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책을 읽었지만 베이컨이 상정한 유토피아에 대한 인상보다는 유토피아를 추구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인 학술원의 역할이나 활동에 대한 기술만이 머리에 남는다. 17세기 초 영국소설에도 등장할 정도로 일본은 서방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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