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에게 듣다] 강원국 “머리 굴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라”
[명사에게 듣다] 강원국 “머리 굴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라”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7.0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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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4쇄
- “김대중 대통령 ‘듣기 강조’, 노무현 대통령 ‘두 번 말하면 들어줘’
- “대통령의 말은 내용 넘어 문맥 고민해야”
- “말은 어휘력, 글 쓰면서 말에 녹여야”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경선이 본격화하면서 출마자들의 선언문을 접하는 기회가 늘었다. 여권 유력주자들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잇따라 출마선언을 했고, 야권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정식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 지사는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를 내걸고 국가의 존재이유를 설명하고 현 상황진단을 거쳐 강력한 경제정책을 통해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신복지 개헌 등 5대 비전을 제시하면서 “제가 그 일을 해내겠다”고 선언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문재인 정부를 약탈정권으로 규정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진영과 시각에 따라 선언문을 바라보는 평가는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처음으로 링에 오른 윤 전 총장의 선언문을 놓고는 여권에서 알맹이가 없다는 맹폭이 쏟아지기도 했다.

연설(演說)은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의 주장과 의견을 말하는 행위다. 그런 점에서 연설문은 글로 되어 있지만 결국 그 본질은 말이다. 말은 어떻게 해야 하나.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실 행정관,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8년간 대통령의 말을 써온 강원국 작가가 최근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말공부’라는 부제를 단 책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웅진지식하우스)를 펴냈다. 흥미로운 것은 ‘말하기’ 책에 ‘듣기’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는 “말하는 것은 결국 듣는 것”이라며 “유연하게 듣고, 단단하게 말하라”고 조언했다. 서울 양재동 독서신문 사옥에서 강 작가를 만났다.

강원국 작가 [사진=안경선 PD]

- 1쇄에 1만권을 찍었다. 베스트셀러 작가답다. 책 판매 상황은 어떤가.

“글쓰기 책만 쓰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말하기 책을 썼다. 독자들이 관심을 두고 많이 읽어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출판사 측은 “최근 4쇄 제작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 요즘도 강연을 많이 다니는지.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강의가 활성화됐다. 대면 강의와 비대면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요즘은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더 편하다. (웃음)”

- ‘말’과 관련한 책이다. 하지만 첫 챕터는 ‘듣기’의 중요성에 관한 내용이다. 말을 잘하려면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인가.

“우리가 듣기에서 얻는 것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수업이나 강연 등을 통해서 정보와 지식을 얻는다. 말할 거리를 얻는 것이다. 두 번째는 누군가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저렇게 말하지 말아야지’ 혹은 ‘나는 저렇게 말하고 싶다’ 등 말하기 방식을 배운다. 세 번째로 듣기를 통해 대화가 일방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선 말을 들어야 상대가 나에게 어떤 말이 듣고 싶은지, 또 내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사석에서는 주로 듣는 편인가, 말하는 편인가.

“의무적으로 말을 해야 할 때가 있지만, 주로 듣는 편이다. 특히 강의 듣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거기서 얻고, 배우는 게 있으니까. 심지어 카페에서 옆 자리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 하는지 듣는 것도 좋아한다. (웃음)”

-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달변가였다. 곁에서 함께 일했는데, 어떤가. 이분들도 잘 말하는 것만큼 잘 듣는 사람이었나.

“김대중 대통령은 손목시계에 ‘침묵’ ‘경청’이라는 글자를 붙이고 다니셨다. 듣기의 중요성을 아셨다. 노무현 대통령은 참모들이 똑같은 얘기를 두 번 말하면 무조건 수용하셨다. 자신이 분명 아니라고 했는데, 또 얘기하는 거라면 얼마나 간곡한 청이겠냐는 것이다. 그것조차 안 들어주면 결과적으로 자신의 손해이고, 참모들이 앞으로 내 앞에서 말을 제대로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아셨다. 그래서 두 번 말하면 무조건 들어주셨다.”

- 흔히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를 땐 “솔직하게 말하라”고 한다. 책에서도 솔직함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자기 발에 걸려서 넘어질 일이 없다. 일관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감추고, 포장하고, 바꿔서 말하면 사람들이 안다. 여기서는 이렇게 말하고, 저기서는 저렇게 말하면서 머리를 굴리다 보면, 내가 예전에 어떻게 말했는지 까먹는다. 머리가 아주 좋아서 그걸 다 기억하고, 전략적으로 말한다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가령 홍준표 의원도 그런 경우다. 말의 수준이나 내용,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솔직하긴 한 것 같아’라는 느낌을 준다. 간혹 상처 주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대중은 대개 홍준표를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상처를 줄 수 있지만 적어도 오해를 살 일은 없다. 일관성과 정체성을 가지려면 솔직해야 한다.”

- 그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도 참 솔직한 분이었던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솔직하게 얘기를 하는데, 그걸 언론이 꼬아 재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의 말을 전략적인 것 혹은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들으려 했다. 최근에 야당도 노 대통령을 재평가하는데, 그 재평가의 주요한 부분이 바로 솔직함이다. 다른 건 몰라도 참 솔직한 분이었구나, 라는 것. ‘저 사람 참 진실하다.’ ‘진정성이 보인다.’ ‘진심인 것 같다.’ 등의 표현은 말에 대한 최고의 평가다. 솔직하지 않고는 절대 이런 소리를 못 듣는다.”

- 많은 사람이 ‘거절’을 힘들어한다. 운을 떼기가 힘든 것이다. 잘 거절하는 방법이 있다면.

“첫 번째 방법은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거절한다.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누구를 추천해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들어줄 수 있는 만큼 들어준다. 가령 상대는 나에게 100만원을 요구하는데, 거기서 우리는 빌려주느냐 마느냐를 따진다. 굳이 그럴 필요 없다. 30만원만 빌려주면 된다. 내가 가능한 범위만큼 도와준다. 마지막은 거절 이유를 상대가 아닌 나에게서 찾는다. ‘너에게 돈을 빌려주면 왠지 못 받을 것 같아서’ ‘너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돈이 없어서’ ‘경제권을 아내가 갖고 있어서’ 등으로 말하면 상대도 이해한다. (웃음)”

[사진=안경선 PD]

- 인상적인 챕터 중 하나가 「평등하게 말할 수 없는 세상에서」이다. 수직적인 문화의 직장에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따로 있다. 이런 토양을 개선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한다. ‘감히 내 앞에서’ ‘어디 어른 앞에서’라는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이와 함께 젊은 세대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말해야 한다. 가령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질문하라고 하면 대부분 침묵한다. 말하라고 하면 되게 싫어한다. 그러면서 발언 기회를 안 준다고 하는 건 문제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좀 더 과감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 말을 해야 영향력이 생기고, 자기 역할도 만들어진다. 이준석 대표 역시 어찌 보면 말로 그 자리까지 간 거다. 말을 해야 기회도 생긴다.”

- 발언 기회를 얻어서 의견을 냈는데, 후폭풍이 있을 수도 있지 않나.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과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말해야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후폭풍이 두려워도 말해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힘없는 사람이 부당하게 당하고 있다면, 그 사람의 부당함을 대신 얘기해줘야 한다. 그게 공동체다.”

- 대통령의 연설문은 글이지만 말인 셈이다. 말을 쓰는 비서로 오래 일했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대통령께서 구술을 해주시지만, 다 해주는 건 아니다. 말에 빈칸이 많다. 그 빈칸을 참모들이 채워야 한다. 대통령의 말의 의도와 배경, 취지를 파악해서 써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내용(text)을 넘어 문맥(context)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의 말이 사적인 영역에 속한다는 점이다. 가령 정책 자체는 공적인 영역이지만, 그 정책을 설명하는 대통령의 말은 사적인 영역이다. 그래서 연설에 더 민감하고, 신경 쓸 수밖에 없다.”

- 어찌 보면 연설을 담당하는 참모와 대통령은 미묘한 관계일 수 있겠다.

“애증의 관계지. (웃음) 간혹 연설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대놓고 혼내기가 민망한 거다. 말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 입장에서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설을 잘 보좌하는 참모를 되게 고마워했다. 내 말을 도와주는 거니까.”

- 네이버 국어사전을 애용한다고 들었다. 사전 활용이 글쓰기뿐만 아니라 말하기에도 도움이 되나.

“결국 말은 어휘력이다. 근데 어휘력은 글쓰기를 통해서 풍부해진다. 그러니까 말만 해서는 안 된다. 글을 쓰면서 어휘력을 기르고, 그 어휘력을 자신의 말에 녹여야 한다.”

-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말을 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대개 사람 상대하는 걸 부담스러워하거나 순발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글은 혼자 쓰는 거지만 말은 상대를 두고 하는 거니까. 또 글은 퇴고를 거쳐서 나온다. 하지만 말은 퇴고가 잘 안 된다.”

- 책에 “어떤 말은 삼킬 때 오히려 완성된다”고 적었다. 말은 어떻게 퇴고해야 할까.

“두 가지다. 하나는 말하기 전에 잠깐 생각하는 것. 다른 하나는 말한 후에 집에 가면서 복기해보는 거다. 복기에는 세 가지의 자문이 수반되어야 한다. ‘오늘 내가 무슨 말 했지?’ ‘이 얘기 괜히 했네!’ ‘이 얘기 깜박했다!’. 그게 퇴고다. 그런 과정을 계속 거치다 보면 말실수를 줄일 수 있다.”

[사진=안경선 PD]

- 알아듣기 쉬우면서도 깊이와 의미를 두루 갖춘 말이 좋은 말이라고 한다. 근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쉬운 걸 쉽게 말하는 게 가장 쉽다. 어려운 걸 어렵게 말하기도 쉽다. 근데 어려운 걸 쉽게 말하는 게 가장 어렵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씨가 <기생충>을 어렵게 평했다가 지적을 받았는데, 옛날에는 그러지 않았다. 경외의 대상이었다. 지식인 대접을 해줬다. 근데 지금은 안 통한다. 지식과 정보의 평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찾아보니까 쉬운 얘기인데, 왜 그렇게 어렵게 말하지?’라는 반응이 나온다. 어려운 걸 그대로 얘기하면 안 되고, 어떻게 쉽게 말할지 고민해야 한다.”

- 어렵게 말하는 걸 지양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특히 어려운 단어 쓰는 걸 지양해야 한다. 어려운 걸 쉽게 말해야 고수다. 중수가 어려운 걸 어렵게 말하는 거고, 하수는 쉬운 걸 쉽게 말한다. 진짜 하수는 쉬운 걸 어렵게 말한다. (웃음) 아는 건 없는데 뭔가 있어 보이려고 하는 것이다.”

- 노무현 대통령은 ‘유머’를 강조했다. 말하기와 유머는 어떤 상관성이 있나.

“유머는 마블링 같은 거다. 비곗살이 고기를 부드럽게 해주듯이 유머는 말을 부드럽게 해준다. 나아가 유머는 그 사람의 매력 및 공감능력과 연결된다.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나. 근데 유머를 잘하려면 기본적으로 내 말을 듣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 ‘저 사람 즐겁게 해줘야겠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은 내가 이걸 했을 때 저 사람이 웃을까, 아닐까를 잘 판별한다. 그건 공감능력에 기반을 둔다.”

- 유머를 잘 구사한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난 두 가지로 한다. 허세와 자기 비하. 사람들이 두 대목에서 잘 웃는다. 뻔뻔하게 나 베스트셀러 작가다, 라고 하면 웃어준다. 근데 그사이에 자기 비하를 하면서 완급조절을 한다. 글을 못 써서 대통령에게 매일 혼났다, 이런 식으로. 그럼 웃더라. 너무 나 잘났다고만 이야기하면 안 된다.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 “독서와 말하기는 한 몸이다”라고 말했다. 왜 그런가.

“독서는 저자와의 대화다. 책 내용을 무조건 수용하지 말고, 저자의 의견에 나름대로 비판도 해보는 거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내 생각을 찾을 수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남의 생각을 통해 내 생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생각이 쌓여야 말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독서가 감성을 풍부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말하기를 무조건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만 하면 안 된다. 말에 감성을 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화도 중요하다. 대화하는 것도 일종의 독서다. 말로 하는 독서가 대화고, 글로 하는 대화가 독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말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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