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빠 정작 책읽을 시간이 없어요”... '책 편집자'의 세계
“너무 바빠 정작 책읽을 시간이 없어요”... '책 편집자'의 세계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7.02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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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작가의 그림자’로 알려진 책 편집자를 다룬 책들이 최근 잇달아 출간됐다. 지난해 『편집자의 일』과 『읽는 직업』에 이어 최근에는 『책 만드는 일』이 출간됐다. 『책 만드는 일』 은 민음사, 비룡소, 사이언스북스, 황금가지 등 민음사 출판그룹에서 일했거나 일하고 있는 편집자, 번역자, 마케터, 디자이너 열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흔히 편집자는 저자가 보내온 원고를 검토하고 교정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출판 편집자는 교정‧교열을 넘어 개발과 기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원고를 교정하고 교열하는 일은 외주업체에 맡기고, 편집자는 책 기획에 전념하는 일이 많다. 작가, 디자이너, 마케터 등이 저마다 다른 의견을 내는 상황에서 편집자는 소통의 중심 축이 된다. 사무실에 앉아 커피 마시며 여유롭게 저자가 보내온 원고를 검토하는 것은 옛말이고, 작가를 비롯해 사내의 다른 부서와 협업을 위해 뛰어다니는 게 실제 모습이다.

특히 편집자의 주요 업무인 저자와의 소통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저자와 논의를 위해 지방출장은 기본이고, 주말 특근도 다반사이다.

편집자들의 업무 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출판 시장은 불황인데 인력 수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편집자가 책을 기획하고, 만들고, 홍보하고, 관리하는 수 많은 업무를 혼자 떠안는 경우가 흔하다. 창비 곽주현 편집자는 “기획은 시간을 두고 여러 콘텐츠들을 보며 아이디어를 구상해야 하는 일인데 업무에 골몰하다보면 정작 책 읽을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활자 중심의 문화가 온라인‧영상 문화로 바뀌면서 생기고 있는 콘텐츠 시장의 변화도 편집자들이 짊어져야 할 몫이다. 수많은 콘텐츠가 등장하자 편집자 노동의 중심 축은 책 ‘제작’에서 차츰 ‘기획’으로 옮겨갔다. 소비자들은 책 말고도 온라인 게시물이나 영상물 등 더욱 눈길이 가는 콘텐츠를 찾는다. 2000년대 들어 출판사 수가 증가한 것도 한몫을 했다. 1997년 12,759개였던 출판사는 제도가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면서 1인 출판사가 등장하는 등 전체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자연스레 출판사에서는 원고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러한 흐름이 편집자들에게 고된 노동을 종용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편집자들의 과중한 노동 여건을 해소하기 위해 신간 밀어내기 같은 ‘무리한 출간 일정’이 조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원중 출판노동유니온 사무국장은 “출판 노동의 성격상 마감이나 바쁜 일정으로 밤샘 근무나 주말 특근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노동력을 착취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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