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또래의 연배에게 요즘 최대 관심사는 코로나 백신접종이다. 지인들은 필자에게 “접종하는 게 옳은 지”를 자주 묻는다. 필자가 되물으면 접종하겠다는 쪽이 절반, 하지 않겠다는 쪽이 절반 정도이다. 5월 25일 현재 60~74세의 접종 예약률은 60% 수준이다. 정부가 상반기 중 접종 대상자로 지정한 인구는 1,634만명 수준이다. 집단면역을 위해 70% 이상(16세 미만을 제외할 경우 실제로는 80% 이상)이 접종해야 하지만 접종 예약률이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목표를 채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는 백신의 효과를 강조하며 접종률 제고에 안간힘이다. 몇몇 집단감염사례를 들어 ‘접종자는 피해 갔고, 미접종자는 피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스스럼없이 한다.
정부의 이런 독려에도 여전히 절반 가까운 이들이 접종을 꺼리는 것은 백신의 효과에 대한 의심보다는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해야할 것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백신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 26일 이후 신고된 이상 반응 의심 신고는 5월 19일 현재 누적 2만3,124건이다. 이는 1, 2차 누적 접종자 493만9,339명의 0.47%에 해당한다. 전체 이상 신고의 95.5%가 근육통, 두통, 발열 등 경미한 사례였으며, 사망 신고사례는 140명에 달했다. 사망자 모두가 백신 부작용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상당한 숫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아마도 고령층에 대한 백신접종이 본격화되면 이상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의 숫자도 그만큼 늘 것이다.
불안한 것은 이상 반응을 보인 이들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백신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이를 백신 부작용에 대한 국가의 보상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백신과 이상 반응 사이의 인과성 입증은 낙타가 바틀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이에따라 제대로 된 치료와 보상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지고 보면 백신접종과 부작용 사이의 인과성 입증은 애초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작용은 통상 백신 개발 기간 중 시행하는 임상실험을 통해 가려진다. 하지만 이번 백신은 긴급승인을 받아 시중에 나왔고 모든 부작용을 완전히 확인하지도 못했다. 애초부터 불완전 상태에서 나온 백신에 대해 인과성 판단 운운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정부는 최근 인과성이 불충분해도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하겠다고 국민을 달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미더워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의 K-방역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코로나 무료 검사와 발병 시 국가가 책임지고 치료하는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크게 기여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예방접종만이 코로나 19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할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상증세가 나타났을 때 피해를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누구라도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도록 정부는 더 많은 방안을 고민하고 마련해야 한다. K-방역의 최종 성공 여부는 백신 부작용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지 여부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