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지식] 양(量)이 넘치면 질(質)로 변한다.
[조환묵의 3분 지식] 양(量)이 넘치면 질(質)로 변한다.
  • 조환묵 작가
  • 승인 2021.05.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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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전환의 법칙과 궁즉통(窮則通)

어느 도예 선생님이 수업 첫 날에 반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A그룹은 많은 항아리를 만들어오는 학생에게 A학점을, B그룹은 가장 완성도 높은 항아리를 만든 학생에게 A학점을 주겠다고 말했다.

평가 방법은 간단했다. A그룹의 양(量) 평가 방법은 항아리의 전체 무게가 20kg이 넘으면 A학점을, 15kg이 넘으면 B학점을 주는 식이었다. 반대로 B그룹의 질(質) 평가 방법은 완벽한 작품 하나만 제출해서 A학점을 받는 방식이었다.

과연 어느 그룹에서 훌륭한 항아리가 나왔을까? 양(量)으로 평가 받는 A그룹에서 우수한 작품이 나왔을까? 아니면 질(質)로 평가 받는 B그룹에서 좋은 작품이 나왔을까?

뛰어난 작품이 나온 곳은 양(量)으로 학점을 주는 A그룹이었다.

작업대를 열심히 돌려 항아리를 계속 만들면서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A그룹에서 멋있는 항아리가 나왔다. 그러나 B그룹은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가만히 앉아 궁리만 하다가 결국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원래 이 실험의 교훈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요한 창작활동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어느 분야든 충분한 연습과 훈련이 뒷받침되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는 사례다.

세상이 변하는 원리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법칙이 있다. '양질 전환의 법칙'이다. '양적 변화가 축적되면 질적으로 변화한다'는 개념이다. ‘양(量)이 넘치면 질(質)로 변한다’는 말이다. 헤겔의 변증법에 뿌리를 두고 있는 법칙 중 하나인데, 철학적 사유는 어려우니 건너뛰고 이해하기 쉬운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물은 99도에서 끓지 않는다. 100도가 되는 순간 끓기 시작한다. 수증기가 되어 기체로 바뀐다. 질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100도가 될 때까지 열을 계속 가해 물이 펄펄 끓도록 했다는 점이다. 만일 중간에 가열을 중단하면 물은 뜨거울 뿐 끓지 않는다. 수증기가 생기지 않는다. 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다.

흔히 ‘궁하면 통한다’고 말한다. 주역(周易)에 나오는 궁즉통(窮則通)은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의 줄임말로 ‘궁(窮)하면 변(變)하고, 변하면 통(窮)하며, 통하면 오래간다(久)’는 뜻이다. 이는 ‘사물이 극에 도달하면 변화가 생기고, 변화가 발생하면 막힘 없이 통하고, 통하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말로서,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현상의 원리를 담고 있다. 여기서 궁(窮)은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을 만큼 극도의 상황으로 양적 변화가 극에 달한 상태를 의미한다.

세계가 변화하듯 세상 일 모두가 이런 과정을 거쳐 발전하는 것 같다. 피땀 흘리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부를 잘하거나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임계점을 돌파하는 순간에 질적으로 변화하고 궁즉통을 이루게 된다.

독서법도 예외는 아니다. 독서 초보자들은 다독이냐 정독이냐를 묻곤 한다. 사실 고민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다. 일단 책을 가까이 하고 책 읽기에 재미를 느끼면 자연히 책을 많이 읽게 된다. 그러면 정독, 통독, 발췌독 등 다양한 독서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읽는 속도도 저절로 빨라져 속독을 하게 된다.

책의 분야를 가리지 않고 독서량이 많아지면 독서 근육이 생기고 어느 순간 생각하는 힘이 강해짐을 느낀다.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확 트이고,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 그 때가 양에서 질로 변하는, 궁하여 통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이 갑자기 떠오른다. 이 우스갯소리에도 동서양의 변화 철학이 과연 숨어있을까? ‘3년에 1천권 독서법’을 권하는 말이 있듯이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 작가 소개



조환묵

(주)투비파트너즈 대표컨설턴트.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IT 벤처기업 창업, 외식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만 몰랐던 식당 성공의 비밀』과 『직장인 3분 지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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