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 “집단정체성의 상징, 국가(國歌)를 되묻는다”
임진모 “집단정체성의 상징, 국가(國歌)를 되묻는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5.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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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모 음악평론가 [사진=안경선 PD]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음악평론가 임진모(62)가 최근 책을 냈다. 물론 그에게 책은 일상이다. 『팝, 경제를 노래하다』 『한국인의 팝송』 등 이미 펴낸 책만 여러 권이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한 책은 결이 다르다. 『국가가 위기다 : 불리지 않는 노래, 국가의 시련』(내일을여는책)이라는 제목부터가 이색적이다. 여기서 국가는 ‘국가(國家)’가 아닌 ‘국가(國歌)’이다. 책은 6개 대륙 67개국의 국가가 탄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국가는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취향과 자유, 다양성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데, 국가의 노랫말이 개인을 국가(國家)에 속박된 존재로 보고, 애국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임 평론가 역시 어쩌면 국가가 ‘전체주의의 상징’일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에 대한 찬반양론은 현재 지구촌의 많은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평론가는 “지난 두 세기간의 전쟁과 분란, 해방과 독립의 역사 속에서 탄생한 대부분의 국가가 지금 자유·평등·평화의 시대에 부합하지 않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국가(國歌)의 위기’에 대해 논해야 할까. 그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 책 제목 때문에 ‘이제 정치평론까지?’라는 생각을 했다

“출판사에서 제안한 제목이다. (웃음) 왠지 이렇게 제목을 지으면 독자들의 관심을 흡수할 거로 생각한 것 같다. 보는 이에 따라 자극적인 제목일 수도 있지만, 제목에 대한 논거들이 책 안에 다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國歌)를 통해 여러 나라의 역사를 내 나름의 시각으로 개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 책의 첫 문장이 ‘국가(國歌)는 위기에 처해 있다’이다. 무엇이 문제의식을 느끼게 했나

“이제는 국가(國家)가 아닌 개인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말하자면 ‘국가를 위해’와 같은 수식어가 21세기에 사용되기에는 많이 낡았다는 것이다. 그 지점을 국가(國歌)라는 소재를 통해 이야기한 게 바로 이 책이다.”

- 젊은 세대가 국가에 반감을 갖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프랑스 국가인 ‘마르세유의 노래’를 예로 들어보자. 1절에 ‘놈들의 더러운 피가 우리의 밭고랑을 적시도록’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지금의 감수성과 맞나? 섬뜩하고 잔인하다. 프랑스가 가진 인권국가의 이미지와는 조응하지 않는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이 가사를 들을 때 어떤 생각을 하겠나. (실제 프랑스는 국가의 가사가 너무 거칠고 외국에 배타적이어서 부드러운 언어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세계적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는 아르헨티나 국가가 연주될 때 듣기만 할 뿐 따라 부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가주의가 넘쳐나는 국제 경기에서 메시의 이런 태도는 시선을 끈다. 이에 대해 메시는 “모두가 각각의 방식을 따를 뿐”이라고 말한다. 한목소리로 국가 부르기를 통해 집단 정체성을 공유해온 기존의 행태에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아, 대한민국’을 떼로 외쳐온 한국인의 행태 역시 집단 정체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

- 애국가는 작곡자 안익태의 친일 및 친나치 행적 논란, 작사 미상 등의 이유로 국가 지위 부여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국가를 다시 만들어야 하나

“우리가 우선으로 해야 하는 일은 사실 확인이다. 그러니까 1938년부터 1945년까지 7~8년 동안 안익태의 행적이 어땠는지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논란만으로 애국가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 진상 규명을 한 다음에 평가해도 늦지 않다. 이념적 잣대로 찬성 혹은 반대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사실과 정보를 토대로 공정하게 분별할 필요가 있다.”

- 통일이 되면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어떤 형태로 통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통일된 한국의 국가에 대한 논의는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이 쏠릴 정치 이벤트일 것이다. 세계에서 분단국가가 완전히 사라지는 사건이니까. 그리고 현재 한국과 북한의 애국가 모두 논란과 문제가 있어서 그때 가서는 새로운 국가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국가에 관한 정보 및 이야기가 다채롭게 담겼다. 애국가를 제외하고 당신에게 음악적으로 가장 부합하는 국가는 무엇인가

“이탈리아의 국가인 ‘마멜리의 찬가’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 책에도 썼지만 마치 오페라의 피날레를 듣고 있는 듯한 감동이 밀려든다.”

- 기자에서 음악평론가로 말을 갈아탔다. 무엇이 음악 쪽으로 이끌었나

“내가 신문사 기자(<경향신문> 및 <내외경제신문>)를 그만두고 음악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한 게 1991년인데, 그 이듬해에 서태지가 데뷔했다. ‘얼터너티브 록’의 시대를 연 너바나(Nirvana)도 그즈음에 나왔다. 그들의 데뷔와 내 활동이 시기적으로 맞물렸다. 그리고 서태지가 등장할 때 내 나이가 서른 중반이었는데, 나는 서태지와 너바나 뿐 아니라 비틀스와 조용필도 함께 얘기했다. 이 지점이 당시 음악 팬들에게 어떤 안정감을 주었던 것 같다. 거칠게 말하면 ‘저 인간은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음악을 모두 아우른다’는 인상을 심어줘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올해 1월부터 MBC 창사 60주년 특별기획으로 MBC FM ‘유행가, 시대를 노래하다’를 진행하고 있다. 최고의 유행가 목록을 작성한다면

“먼저 말하고 싶은 점은 ‘명곡’이 아닌 ‘유행가’ 목록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정했을 때, 그 목록에는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도 들어갈 수 있다. 이 곡은 명곡 리스트에 아무도 꼽지 않지만, 시대의 유행가였다는 데엔 모두가 동의한다. 최근의 곡들로 예를 든다면, 트와이스의 ‘우아하게’나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 등이 유행가 목록에 포함될 것이다. 그러니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행가들을 편견 없이 골라내자고 연출을 담당한 하정민 PD와 합의했다. 당연히 유행가 목록에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이나 조용필의 ‘단발머리’와 같은 명곡들도 포함될 수 있다.”

- 최근 대중들은 미디어가 던져주는 장르의 음악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의 음악 시장은 팬덤이 좌지우지한다. 거대한 팬덤이 등장하면서 우리가 상실한 것은 바로 음악적 다양성이다. 다양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다양성을 회복하려면 음악을 ‘찾아 듣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아니면 장르가 죽는다. 누군가 던져주는 것을 수동적으로 소비하지 말고, 내 감각과 취향에 맞는 음악을 적극적으로 찾아 듣는 행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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