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태어난 모든 이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죽음이다. 흔히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면 단순히 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후경직부터 흙으로 돌아가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 과정들은 죽음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나 터부시되는 문화로 인해 이 과정이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는 생략되곤 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시체가 씰룩거리며 움직이는 등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는 이러한 맥락을 바탕에 두고 있다.
이 책은 시체에 대한 막연했던 궁금증이나 사소한 착각들을 솔직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해소해준다. “내가 죽으면 고양이가 내 눈알을 파먹을까” “시신의 냄새는 어떨까” “우주에서 죽은 우주 비행사는 어떻게 될까” 등 한번쯤 궁금했더라도 입밖으로 꺼내기가 힘들었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저자인 케이틀린 도티는 유튜브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Ask a Mortician)의 운영자이자 로스앤젤레스의 장의사이다. ’죽음의 긍정성 운동‘을 통해 죽음을 터부시하는 문화를 바꾸자는 게 이번 책을 낸 이유다.
책은 그동안 죽음에 대해서 ‘두려움’의 인상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의 긴장감을 조금이나마 풀어준다. 저자가 이 책을 “언젠가 시체가 될 모든 이에게” 바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누구나 반드시 겪어야 할 죽음이라는 현상을 묵인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과학적‧문화적‧역사적인 접근으로 다각적이고 전문적으로 다룬다.
상상하기 꺼림직한 질문에 대해서 자신감있게 풀어낸 것도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비행기 안에서 죽었을 때와 우주 비행사의 우주복에 구멍이 뚫렸을 때, 시신의 냄새 등을 덤덤하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는 방식으로 설명해낸다.
저자는 “죽음을 즐거운 일로 만들 수 없지만 죽음이 무엇인지 배우는 과정은 즐거운 일로 만들 수 있다”며 “죽음을 포용하고 가능한 한 많은 질문을 함으로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
케이틀린 도티 지음 | 이한음 옮김 | 사계절 펴냄 | 232쪽 | 1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