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두 손 가볍게 문밖을 나서 내키는 대로 향하고, 새로운 길 위에서 잠시 길을 잃어보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풍경의 즐거움을 만나고, 지칠 때는 쉬어가기도 하면서 결국에는 가장 익숙한 곳으로 수백 수천 번 돌아올 것이다.
그렇게 일상의 모든 순간, 산책하듯 지내고 싶다.<9쪽>
빼먹지 않으려는 작은 습관들이 있다.
산책하기, 이불 정리하기, 스트레칭하기, 화분에 물 주기 같은 것들.
거창한 목표나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 맘대로 안되는 것투성이인 하루 속에서,
그 잠깐의 노력이 주는, 잠깐의 뿌듯함이,
나의 하루를 젓는 노를 꽉 쥐게 해준다.<17~19쪽>
이렇게 미련 없이 무언가를 잘 버리면 그 무엇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심 아닌 의심을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것들을 비워내는 것만큼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에 진심을 보태며 살아왔다. 잦은 이사로 인해 ‘애착인형’은 없었더라도,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은 늘 상상과 바깥을 넘나들며 넘쳐났다. 기쁨, 슬픔, 즐거움, 사랑이나 연민 같은 사소한 감정들에 늘 진심이었기 때문이다.<23~24쪽>
현실의 기적은 환상적이고 신비한 일이 아니라, 그저 무탈하게 흘러가는 일상이 아닐까 싶다. 작은 존재가 더 작은 존재를 잉태하고, 하루가 끝나면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고, 익숙한 계절이 지나가면 새로운 계절이 찾아오는 일들. 특별할 것 하나 없지만 어느 하나 가볍게 주어지는 것들은 없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며 작지만 위대한 승리를 통해 쟁취한 것들이니까.<71쪽>
『매 순간 산책하듯』
김상현 지음 | 시공사 펴냄 | 244쪽 |1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