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등산의 ‘등’자도 몰랐던 회사원이 발견한 등산의 세계 『오늘도, 등산』
[책 속 명문장] 등산의 ‘등’자도 몰랐던 회사원이 발견한 등산의 세계 『오늘도, 등산』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1.02.27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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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예전에 먼저 가려고 서두르다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혔던 게 생각났다. ‘그래, 좀 기다려 주면 어때. 어차피 여유를 즐기러 온 산인데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등산은 혼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운동이지만, 산이라는 자연을 함께 빌리면서 즐기는 만큼 산을 오를 때는 좀 더 너그럽고 여유로워야 할 의무가 있는 것 같다. 서두르지 않고, 양보하는 마음을 갖는 건 산에 초대받은 자로서의 기본 에티켓 같기도 하다.<39쪽>

적당한 온도, 빨갛게 물든 노을, 시원한 바람, 티끌 하나 없는 하늘, 그 밑에서 밝아 오는 도시의 불빛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낭만을 즐기기에 완벽했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나는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선 자리라도 깔고 노을빛을 닮은 와인 한잔해야 할 판이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감성적인 사람일 줄이야. 나는 가슴이 왜 뭉클한지도 모른 채 계속 해지는 쪽만 바라봤다.<79쪽>

‘우와! 저게 뭐지? 안개야, 구름이야?’ 저 멀리 펼쳐진 산등성이 위에 구름 침대같이 몽실몽실한 것들이 깔려 있었다. 어찌나 포근해 보이던지 할 수 있다면 그 위에 눕고 싶을 정도였다. 구름이라고 하면 그냥 하늘을 올려다볼 때 떠 있던 구름이 다였는데. 구름과 대등한 높이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85쪽>

알록달록 여러 색깔로 물든 이파리, 이름을 알 수 없는 꽃과 열매들, 가만 귀 기울이면 들려오는 냇물 소리, 깜짝 놀라 도망가는 동물들의 움직임까지. 도시에서는 감히 생각해 보지 못한 것들이 이곳에선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존재했다. 덕분에 도시에선 잠들어 있던 오감이 예민하게 살아나서, 다람쥐의 재빠른 몸놀림이 보이고 멀리서 불어오는 소나무 향도 맡을 수 있었다. 그럴 때면 마치 도시는 허깨비고 이곳이 베일 속 진짜 세계 같기도 했다.<99쪽>

『오늘도, 등산』
신경은 지음 | 하루치 그림 | 애플북스 펴냄 | 208쪽 |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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