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굶고, 일부러 토하고… 프로아나족이 놓치고 있는 것들
무작정 굶고, 일부러 토하고… 프로아나족이 놓치고 있는 것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2.10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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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프로아나(proana)’란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게 벌써 2년은 지났다. 프로아나는 찬성한다는 뜻을 가진 ‘프로(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애너럭시아(anorexia)’의 합성어이다. 프로아나족들은 마른 몸매를 위해 무작정 굶거나 식사 후 입에 손을 집어넣어 구역질을 유도하고 음식을 뱉어내는 등 극단적 다이어트를 추구한다. 인터넷상에서 알음알음으로 유행하던 프로아나는 위세가 줄어들기는커녕 지금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SNS에서는 요즘도 프로아나에 동참할 사람들을 구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시물에는 “같이 먹토(먹고 토하기)해요” “개말라(매우 마른 사람)” “뼈말라(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한 사람)” 등의 해시태그가 같이 걸려있다.

프로아나가 강박장애 등 정신적 이상을 일으키고 탈모, 영양 결핍, 치아 부식 등이 생기면서 자칫 사망에 이르는 건강 상의 위협이 될 수 있음에도 저변을 넓혀가는 이유는 마른 몸매를 동경하는 문화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특히 프로아나 현상은 10~20대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신경성 식욕부진[거식증] 진료실 인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거식증 환자를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10대 여성이 14.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20대 여성(11.4%)이 뒤를 이었다. 남 의원은 “젊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날씬함'이 미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폭식증 또한 거식증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사회적 시선에서 원인을 찾는다. 거식증의 정반대 증상인 것처럼 보이나 실은 거식증에 동반하는 증상이기도 하다. 거식 증상을 보이던 사람이 한순간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체중 증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토하기를 반복하면서 거식과 폭식의 반복이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출간된 도서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와 『또, 먹어버렸습니다』는 ‘마른 몸’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를 꼬집는다. 책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는 저자 김안젤라가 17년 동안 폭식증을 앓으면서 경험했던 식이장애와 이의 극복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갖고 있던 잘못된 미의식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왜 그런 기준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내면을 들여다본다. 부모의 관심을 끌고자 했던 시절과 마른 친구들을 동경했던 시절 그리고 식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상담 치료를 받았던 경험을 적고 있다. 그는 “다양한 체형, 다양한 성, 다양한 연령 등 가지각색의 특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여러 종류의 사람에게서 아름다움을 찾고자 했다. 나를 설득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사실 미의 기준이란 것은 없었다. 허상이었다.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모두 아름다운 존재였다. 예쁘고 날씬해야만 했던 과거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아름답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식이장애 전문 상담사인 김윤아는 책 『또, 먹어버렸습니다』에서 현대인의 만성 질환인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만 해소하려는 경향을 분석한다. 단순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라는 공허한 목소리가 아닌, ‘나는 지금 왜 이 음식이 당기는가’를 집중 조명한다. 또 프로아나 현상뿐 아니라 사람들이 폭식과 다이어트의 반복을 거듭하는 이유를 심리학과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다이어트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단순히 ‘의지’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난스럽게 다이어트하네라고 치부하기에는 이런 증상을 겪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며 “많은 사람이 자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돈까지 탈탈 털어가면서 다이어트에 매달리고 있다면 그 개인을 탓할 게 아니라 날씬한 몸을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가치를 매기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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