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내가 작업을 할 때면 녀석들은 보통 각자의 방석에서 낮잠을 자는데 간혹 작업을 방해할 때는 녀석들을 ‘개버랜드’로 강제 휴가를 보낸다. 이렇게 되면서 서로 각자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생활도 전반적으로 안정되었다. 최근에는 고양이들의 안전과 복지 향상을 위해 실내 놀이터 ‘냥이 월드’ 설립도 추진 중이다.<26쪽>
양평으로 작업실을 옮기면서부터 나는 단독으로 보호자가 되어 녀석들을 돌보고 있는데, 이 녀석들은 모두 품종견이 아닌 통상적으로 ‘똥개’라고 불리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시고르자브종(시골 잡종)’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는 녀석들의 품종이나 생김새를 보고 선택한 게 아니라 내 주변에 있던 녀석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이다.<28쪽>
해외에선 외출 고양이에게 새 사냥 성공확률을 줄여주는 ‘새 보호 목도리(Birdsbesafe Cat Collar)’를 채워준다고 한다. 우리 식구들도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하면 네루로부터 새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쥐도 불쌍하지만, 니들은 스스로 잘 피해 다니길 바랍니다…)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남편은 합판 조각으로 새집을 여러 채 만들어 우리 집 입구의 콘크리트 옹벽에 드문드문 매달았다.<39쪽>
그러다가 4월 1일 만우절 아침, 미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 뭐야? 미미, 만우절 써프라이즈 하는 거야? 이따 오후엔 나타나겠지? 그런데 하루가 지나도 보이지 않는다. 사료랑 물도 그대로인 걸 보니, 내가 안 볼 때도 다녀가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엔 자꾸 와서 부담스러웠는데 이젠 오지 않으니 걱정되고 슬프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혹시 미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니면 나에게 삐진 걸까? 나는 집으로 가라고 혼내던 미미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43쪽>
『빅허그』
박형진 지음│더블엔 펴냄│299쪽│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