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공무원 임용 취소… 인터넷 혐오 어떻게 막을까
일베 공무원 임용 취소… 인터넷 혐오 어떻게 막을까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2.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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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이하 일베)’에서 부적절한 글을 상습적으로 올린 7급 공무원 합격자가 결국 ‘임용 취소’됐다.

경기도는 지난 27일 경기남부 경찰청에 이 합격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26일에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지방공무원 임용령상 품위 손상’ 등의 이유를 들어 자격 상실을 의결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2월 3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일베 사이트에서 성희롱 글들과 장애인 비하글 등을 수없이 올린 사람의 7급 공무원 임용을 막아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청원인에 따르면 이 합격자는 길거리에서 여성과 장애들을 몰래 촬영한 뒤 조롱하는 글을 일베 사이트에 수시로 게재했다.

경기도의 이번 의결은 “표현의 자유도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보장되는 것”(이재명 지사)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경기도 인사위원회는 자격상실 이유에 대해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된 인터넷 사이트에 여성에 대한 성희롱과 장애인을 비하하는 글을 다수 게시해 임용후보자로서 품위를 크게 손상함은 물론 도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경기도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실 인터넷 상에서 혐오 표현을 한 공무원 및 공무원 합격자가 있다는 소식이 있을 때마다 공직사회는 강력하게 대응해왔다. 지난해 N번방에 가담한 지자체 8급 공무원에게도 해당 지자체는 파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혐오표현은 흔히 “인종과 종교 연령을 근거로 개인과 집단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선동적이고 모욕적인 표현”으로 정의(미셀 로젠필드 미 카도조법대교수)된다. 한국사회에서도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면서 이미 낯익은 풍경이 됐다. 몇 년전에도 방송사 기자가 일베 게시판에 여성혐오적 성적묘사 등을 올리고, 현직 법조인이 기사에 지역이나 개인을 비하하는 극단적 표현을 댓글로 달아 문제가 됐다. 그간 전문가들이 토론회 등을 통해 논의한 적은 있지만 여전히 사회적 규범도 만들어지지 않았고, 시민들의 인식 또한 전반적으로 낮은 상태이다. 이런 측면에서 차제에 ‘혐오 표현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더 밀도있게 진행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규제 찬성론자들은 혐오 표현이 피해자와 해당집단에 심리적 해악을 끼친다는 이유로 더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 혐오 표현은 민사와 형사 소송으로 인해 규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신중론자들은 혐오표현의 정의와 유형 분류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차별의 정의와 인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논문 「일베식 욕의 법적 규제에 대하여」의 저자 김민정은 “자유 보호 정도를 고려할 때, 규제돼야 할 혐오 표현의 유형을 폭넓게 규정하는 것은 신장돼야 할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에 자칫 또 다른 족쇄”라고 말했다. 「온라인 혐오표현 규제 쟁점과 대안의 저자 김수아」는 “현재 많은 인터넷 이용자가 ‘고소각’이라는 말을 쓰는 것처럼 혐오표현의 규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처벌 여부에 집중돼 있지 그 문제점이나 사회적 차별의 용인이라는 피해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 혐오표현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혐오표현이 공동체 사회의 공공선을 무너뜨린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낙인을 고착화시켜 혐오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번 혐오표현을 만드는 사회 구조에 대한 고찰, 규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의 환기 등 규제 일변도에서 간과하기 쉬운 관점에 대한 담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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