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여행의 묘미는 낯섦을 체험하는 것이다. 낯선 곳에서의 경험은 여행하는 이의 일상에 충격을 주고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게 한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 여행지의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장소를 보고 느끼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낯선 공간 속에서 또 다른 낯섦을 느낄 수 있는 인문학적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가 세계의 각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생생하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여행을 스스로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저자의 시선을 따라간다면 낯선 도시의 건축물을 보고, 손으로 만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관심에 둔 건축물과 도시공간을 5가지 논점으로 분류했다. 그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건물 구조를 헤테로토피아, 현상학, 구조주의, 바이오미미크리, 스케일 등 다섯 가지의 철학적 개념과 연관 지어 설명했다. 또한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도시와 건물을 사회적 문제와 결부 시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통찰도 보여준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건축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탄생시키는 것”이라며 “건축가에게는 잡학의 지식보다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작가 마르셀 푸르스트는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비대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지적 여행을 선물해 줄 것이다.
『도시의 깊이』
정태종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 296쪽 |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