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10년간 광고 회사를 다니다가 ‘내 이야기’가 하고 싶어 만화지망생이 된 저자가 그리는 택시는 조금 유별나다. 택시의 규칙은 두 가지. 예약한 단골손님만 태우고, 가는 동안 손님이 듣고 싶은 노래를 듣는다.
전화 한 통이면 달려가는 ‘개인적인 택시’를 찾는 이들은 다양하다. 인간관계에 지쳐 어떤 일에도 흥이 나지 않는 일명 ‘노잼 시기’에 빠져있는 보희씨부터,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사를 가는 대훈 청년, 꿈이 없는 청소년 임홍래, 락 밴드 보컬을 포기하고 취직한 신입사원 고대일, 고향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핀란드인 티모 등 우리 주변 어딘가에 살아 숨 쉬고 있을 법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개인적인 택시는 다양한 형태의 음원을 지원한다. CD, MP3는 물론이고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카세트테이프까지 완비했다. 덕분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사 가는 대훈 청년이 내민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에어로스미스’의 곡을 함께 듣게 되는데, 그러면서 그 음악이 영화 ‘아마겟돈’의 OST였다는 사실, 영화 주인공 리브 타일러가 에어로스미스의 보컬 스티븐 타일러의 딸이라는 깨알 정보를 전한다. 아울러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는 수고로운 방법으로 음악을 귀에 담던 시기의 추억을 바탕으로 원하는 걸 쉽게 갖고, 또 쉽게 버리는 현시대 풍조를 꼬집으면서 “일부러 조금 불편해지고, 일부러 조금 어려운 방법으로, 일부러 조금 뒤처져 보세요”라고 제안한다.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과 형태(만화)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은 책.
『개인적인 택시』
이모세 글·그림 | 밝은세상 펴냄 | 448쪽 |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