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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급변하는 시대에도 고대역사에 대한 관점은 여전히 20세기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한국의 경우 근대화 과정에서 생겨난 변경 또는 오지라는 사고가 강하다.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음에도 한결같이 외국의 평가에 목마른 것은 애초에 균형 잡힌 자신만의 시각으로 스스로를 바라볼 기회를 갖지 못한 우리의 사정과도 연관이 있다.<17쪽>
오랑캐로 치부된 편견을 바로잡는 것은 과거의 역사를 밝히는 것을 넘어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는 차별과 인종주의의 근원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가 있다. 세계사의 주요 장면에서 사람들의 편견에 가려진 진정한 모습을 다시 찾아보자.<19쪽>
‘코로나’와 ‘크라운’은 같은 어원으로 왕이나 귀족들이 쓰는, 끝이 하늘로 올라가듯 뾰족하게 장식된 관을 말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그 표면에 돌기가 붙어 있어 ‘코로나’라는 이름이 붙었다. 멕시코와 러시아의 최고 인기 맥주들에도 ‘코로나’라는 이름이 붙는데, 그것은 맥주 거품이 마치 왕관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225쪽>
고고학이라는 학문은 객관적인 과거를 지향한다. 새로운 유물이 발견되면 객관적인 과거의 역사에 조금 더 다가갈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유물은 현대인들에 의해 해석되고 평가될 수밖에 없다. 즉 고고학자는 객관적인 시각을 지향하지만, 고고학자의 시각은 그들이 속한 시대와 사회적 관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고고학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과거의 역사와 유물을 바라볼 때 편견은 없는지, 현대의 관점으로 곡해하는 것은 없는지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358쪽>
『테라 인코그니타』
강인욱 지음│창비 펴냄│380쪽│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