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역사상 최고의 공중곡예사로 꼽히는 칼 월렌다(Karl Wallenda)는 그동안 어떤 실수도 한 적 없었지만, 자신의 작별 공연에서 철저히 실패하고 만다. 그는 와이어 중간지점까지 갔을 때 난도가 높지 않은 두 가지 동작을 보여준 후 바로 수십 미터 높이의 와이어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월렌다의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번 공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남편이 공연을 나가기 전 ‘이번 공연은 진짜 중요해. 실패가 없어야 해’라고 끊임없이 말했거든요. 이전에 했던 모든 공연에서 그는 줄을 잘 타는 것 말고는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러나 이번은 작별 공연이다 보니 너무나 성공하고 싶어 했고, 그러다 보니 일 자체에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노심초사하고 실패할까 봐 걱정했던 것이죠. 만약 그가 와이어 타는 것 외에 실패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후 심리학자들은 거대한 심리 압박을 받으며 근심 걱정을 하는 심리 상태에 대해 ‘월렌다 심리 상태’라고 불렀고, ‘월렌다 효과’라고도 했다. 실패에 대한 걱정이 많을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설명과 함께.
스트레스를 연구한 의사 한스 셀리에(Hans Selye)는 스트레스를 유익한 스트레스와 해로운 스트레스로 구분했다. 유익한 스트레스는 동기를 부여하며 목표를 좀더 효과적으로 성취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월렌다 효과’에서처럼 해로운 스트레스는 신체와 심리 상태에 나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책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의 두 저자는 해로운 스트레스의 근원이 “개인의 이해득실만 따지는 심리상태”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해로운 스트레스에 쌓이면 어떤 일을 성공시키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할 것을 걱정해 실패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해득실을 따지고 실패의 쓴맛을 실패의 쓴맛을 보는 것보다 처음부터 손 놓고 싸우는 편이 오히려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그것이 이로운지 해로운지 돌아봐야 한다.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장원청·김혜림 지음│미디어숲 펴냄│336쪽│1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