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경영’은 옛말?... 잘하는 기업들도 있어요
‘독서 경영’은 옛말?... 잘하는 기업들도 있어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1.0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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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제 생각에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실력을 키우는 방법은 바로 책을 읽는 것입니다. 끊임없는 독서야말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책 『초격차』의 저자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이 강조했듯 독서는 경영자의 좋은 길잡이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인 경영자 상당수는 책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권오현 고문의 연평균 독서량은 100권에 달하고, 다독가로 잘 알려진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은 출판사 ‘반니’를 세울 정도로 책에 관한 애정이 깊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저서 『멀리 보려면 높이 날아라』를 통해 자신의 독서법을 소개할 정도로 애서가이며,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자신의 독서 노하우를 담아 『책 잘 읽는 방법』을 출간하기도 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일과의 80%를 독서에 투자해 하루에 최소 500쪽의 책을 읽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매년 ‘독서 주간’(외부 연락을 끊고 독서에만 매진)을 가질 정도로 독서 애착이 강하다.

이처럼 기업 의사 결정권자의 독서는 불확실한 시대를 돌파할 해법을 찾아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돕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기업 구성원 전체가 같은 생각으로 동일한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경영자의 나 홀로 독서로는 효과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경영자에게 뜻이 있다고 해도, 손발이 되는 직원들이 같은 생각을 품지 않는다면 앞에선 끌고, 뒤에선 (미는 게 아니라) 끌려가는 형국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다수의 기업은 책을 통한 ‘독서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독서 경영의 모범 사례는 ‘이랜드’다. IMF로 경영난을 겪은 이후 ‘경영지식’의 필요성을 절감한 박성수 회장은 이후 한동안 한 달에 8권의 경제서를 읽으면서 기업의 기틀을 다잡았다. 그런 만큼 이랜드의 독서 경영 의지는 그야말로 유별나다. ‘이랜드리테일’의 경우 1층 카페테리아를 북카페로 꾸며 필독서와 패션 관련 도서를 비치하고, 5층에는 패션연구소 도서관을 마련해 자사 패션 브랜드 관계자들의 자연스러운 학습·토론을 돕는다. 또 기업 내 도서 선정 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매년 경영·마케팅 등 4개 카테고리, 15개 분야에 400여권의 필독서를 선정한다. 해당 도서는 기업의 단기·장기 전략에 알맞게 선정하기 때문에 경쟁업체로의 유출을 막기 위해 대외비(對外秘)로 관리된다. 필독서를 통해 같은 배경지식을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을 합하기에 좋고, 이심전심(以心傳心) 효과도 크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도서는 주요한 자산으로 작용하는데, 해외 주재원의 경우 파견 전 관련국에 관한 도서 100여권을 읽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세상에서 가장 공부 많이 하는 회사, 가장 책 많이 읽는 회사’를 표방하는 ‘휴넷’도 독서 경영으로 유명하다. 매년 50여권의 책을 ‘정독’(精讀)해 지금까지 1,700여권을 탐닉한 조영탁 대표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사내 도서관을 설립함은 물론 거기에 없는 책은 도서 구매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사실 도서비용 지원은 이미 수많은 기업이 운용하고 있지만, ‘독서 경영’의 차원이라기보다는 ‘복지’ 개념으로 퇴색된 경우가 많은데, 휴넷은 그 점에 있어 차별성을 지닌다. ‘구매 행위’보다 ‘읽는 행위’에 집중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을 ‘프라이러닝데이’로 정해 직원들의 자유로운 학습을 지원한다. 그 외 업무시간에도 업무 연관성이 있다면 눈치 볼 필요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

독서 경영을 위해선 독서가 필수인지라, 책 읽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있지만, ‘한미글로벌’은 그렇지 않다. 한미글로벌은 독서 경영에 있어 ‘자발적 참여’를 우선 가치로 삼는다. 자발성이 없다면 독서토론회와 같은 독려 장치를 마련한다 해도 ‘책 안 읽고 토론하는 능력’만 배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한미글로벌은 『책은 도끼다』 등의 저서를 펴낸 박웅현 광고 인문학자를 초빙해 직원들의 독서 의욕을 북돋는다. 주요하게는 다른 직원들이 내가 읽은 책을 사고 싶게끔 광고하는 ‘Beyond the Book’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남에게 설명하기 위해, 더 나아가 매력을 느끼게 하려면 책의 매력을 완전히 장악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 방법이다.

반면 ‘디와이’는 독후감을 강제한다. 일명 ‘승진 독후감’이라고 해서 B등급 이상 평가를 받아야 승진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얼핏 승진을 빌미로 독후감 작성을 강제하는 것처럼 비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회사에서 유튜브 채널 ‘DY STORY’ 등을 통해 전문 독서지도사의 강의를 전하고, 독서에 어려움이 있는 직원에게는 개별 코칭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독후감 ‘작성’에 초점을 두지 않고 피드백 제공을 통한 독후감 ‘완성’에 집중해 성취와 성장의 경험에 더 무게를 둔다. 또 일 년에 이틀은 온전히 책 읽는 날로 보내는데, 그런 노력을 인정받아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하는 ‘2020 독서 경영 우수직장’에서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북택트(Book+Contact)』의 저자 김범석은 “독서 경영이란 기업에서 독서를 활용해 더 나은 경영적 성과를 성취하는 일련의 활동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독서 경영은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활동이 아닌 경영 활동의 과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사실 독서라는 활동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중요한 건 독서가 나와 기업에 유익하다고 진심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기업에서 독서 경영이라는 것을 택해 운영할 때 직원들에게 ‘알아서’ 따라오라는 식의 요구는 상호 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책 읽는 분위기, 나아가 학습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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