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에어비엔비·넷플릭스의 성공은 ‘기술’보다 ‘이론’ 덕분" 『시장의 속성』
[리뷰] "에어비엔비·넷플릭스의 성공은 ‘기술’보다 ‘이론’ 덕분" 『시장의 속성』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2.2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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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최근 수십 년 사이 우리네 삶의 형태는 놀라운 변화를 이뤘다. 에어비엔비에서 방을 예약하고, (미국의 경우) 우버로 차를 빌리고, (역시 미국에서) 케어닷컴으로 아이 돌봐 줄 사람을 구하고, 넷플릭스로 영화를 본다. 대개는 이런 발전을 ‘기술’ 발전 덕분이라 생각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시장 변화와 혁신을 이끈 경제학자들의 창조적 ‘이론’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리처드 래드퍼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가 돼 독일군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다. 그때 목격한 일을 소재로 논문 「포로수용소의 경제적 조직」을 썼는데, 그 안에는 포로수용소 내에 담배를 화폐 삼은 물물거래 시장이 형성돼 수요와 공급에 따라 물가가 오르내렸으며, 이후에는 무질서 방지를 위해 가격과 거래 장소 지정, 거래 품목에 대한 제한이 이뤄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 시장은 포로들의 생존율을 높였는데, 실제로 수용소 내 시장을 금지한 일본군 포로수용소의 사망률은 자유방임적인 독일군 포로수용소보다 12배 높았다. 이를 토대로 래드퍼드는 “잘 작동하는 시장에서는 각 개인이 단지 자기 잇속만을 위해 행동하더라도 결국에는 공익을 촉진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개념을 강조한다.

중세 시대 상파뉴 지방에서 열린 박람회는 “유럽의 무역을 떠받치는 지렛목” 구실을 했다. 상파뉴 백작은 올바른 부류의 시장 참여자들을 불러들이고, 잘못된 부류를 몰아내고, 규칙을 수립하고 위반자들을 처벌해 상거래 질서를 바로 잡으면서 엄청난 부를 일궜다. 시장 조성자가 시장이 돌아가는 데 중대한 역할을 미친 것인데, 오늘날 이런 시장을 ‘플랫폼’이라 부른다. 플랫폼에서 중요한 건 “한 사람의 구매로 인해 앞으로 참여할 다른 소비자가 누리는 해당 품목의 값어치가 높아지는” ‘네트워크 외부효과’다. 일단 거래를 일으키고 시장 조성자가 적절히 개입해 거래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해 놓으면, 네트워크 외부효과로 시장 참여자들이 몰려 시장 조성자는 가만히 않아서 돈을 벌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그런 유혹에 경쟁자들이 많고 또 (자리 잡은) 플랫폼은 탐욕에 눈이 멀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우버는 운전자의 수입에서 더 많은 몫을 챙겨가 비난받았고, 아마존은 어쩌다 대박을 터트린 판매상의 수익을 가로챘다는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시장의 속성』
레이 피스먼·티머시 설리번 지음 | 김홍식 옮김 | 부키 펴냄 | 292쪽|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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