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아버지는 토마토를 사도 꼭/ 물러터진 것이나/ 말라비틀어진 것들을 사 오셨다// 물짜를 사 왔다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시면// “그 리아카는 아무도 안 사드라. 그리서 물건 갈아주니라고 그맀어어” - 「물짜」
고대 에페수스에서는/ 돌로 된 변기가 차가우실까봐/ 하인들이 변기를 따뜻하게 해놓으면/ 주인님이 볼일을 보셨다// 오늘날 재벌회사 임원들은/ 회장님께 자기 이름 빌려주어/ 차명계좌 비자금으로 온갖 비리를 저지르게 해주고/ 말썽이 생기면 대신 감옥까지 가준다 - 「하인들」
안도현 시인이 보내준 시집 「바닷가 우체국」을 들고/ 이재무 시인이 식당으로 갔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안도현 시인 팬이라고 반색하길래/ 시인이 직접 사인해서 부쳐준 시집이라고 자랑했더니/ 그 시집 주면 밥도 주고 술도 준다고 해서/ 까짓것 가져가쇼 하고/ 밥도 먹고 술도 푸고 한끼 잘 해결했다는 이야기// 그러나 안도현 시인은 아직도/ 자기 시가 밥과 술이 된 사연을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 - 「시가 밥이 되던 날」
『우산이 없어도 좋았다』
서홍관 지음 | 창비 펴냄│128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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