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랑하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
[리뷰] 사랑하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2.01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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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자살로 가족을 잃은 사람은 대개 그런 사실 밝히기를 꺼린다. 2018년 중앙심리부검센터 면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유족 면담에 참여한 유족 71.9%가 가족이나 친구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경황이 없을뿐더러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올가미처럼 몸과 마음을 구속하기 때문이다.

2014년 국내에 처음으로 심리부검 개념이 도입됐을 때부터 현장에서 ‘자살 사별자’를 접해온 저자(임상심리전문가 그룹 마인드웍스 대표)는 “사별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죄책감”이라고 말한다. 자살예방지침서를 보면 자살자 10명 중 8명은 경고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감지하면 극단적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소개하는데, 그런 기준은 사별자들이 그런 신호를 간과한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은 “‘경고신호가 이렇게 많은데 난 왜 몰랐지?’하면서 또 스스로를 비난”하는 계기로 작용해 “‘내가 만약 이렇게 했더라면’이라고 생각하는 ‘이프 온리’ 사고를 하게” 만든다. 그(녀)의 죽음에 자신의 탓이 크다는 것. 다만 “자살자는 주변 사람들은 결코 알지 못하게 본인의 선택을 완수할 때가 많(고)” “자살 사망자의 25~30%는 유서를 남기지만 다수는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저는 자살을 100% 예방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아요. (중략) 어떻게 해도 막을 수 없는 죽음도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런 아픔을 겪는 사별자들에게 장례식은 또 하나의 고역일 수 있다. 죽음의 이유를 궁금해하면서 섣부른 위로로 건네는 사람들을 대하면서 또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장례는 고인을 위한 시간이라기보다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하는 시간에 가깝습니다”라며 “장례식장에 가보면 조문객들은 느낄 수 있죠. ‘그냥’ 사고가 아닌 것 같고, 유족이 말하지 못한 어떤 사연이 있다는 것을요. 그러면 그냥 조용히 조의를 표하고 오면 됩니다”라고 조언한다.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사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가장 위로가 됐던 말 1위는 “얼마나 힘드니? 마음껏 울어도 돼. 괜찮아”였다. 또 어떤 사별자는 “어떡하니, 어떡해”라고 마냥 울어주던 친구가 가장 위로가 됐다고 했다. 다만 이런 위로들도 모두에게 통하는 건 아닌데, 어느 사별자는 “사람들은 정작 위로해줬으면 할 때는 가만히 있고, 이제 입 좀 다물고 그만 좀 내버려 뒀으면 할 때는 위로를 해요. 제가 사람들을 편안히 대할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저자는 “정확한 시기에 필요한 위로를 건네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점은 사별자들은 무척 괴롭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며, 어떤 감정을 느끼든 그게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것을 이해해줘야 합니다”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사별자들은 어떻게 슬픔에서 벗어나야 할까? 저자는 다이애나 샌즈의 삼제 모형을 소개한다. 첫 단계는 ‘신발 신어보기’. 여기서 신발은 고인의 죽음을 일컫는 비유다. “죽음 직전 고인이 느꼈을 고통을 자꾸 생각”하며 신발을 신고 그 상태에서 “죄책감, 혼란, 슬픔, 원망, 두려움, 자기 비난, 때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빈 감정까지” 오롯이 느낀 후 신발을 벗으면 된다. 신발을 벗는다는 건 “신발을 사별자 마음속 어딘가에 잘 넣어두”는 것으로 “여전히 아프긴 하지만 고통스럽지는 않게 고인을 기억”하는 방법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
고선규 지음 | 창비 펴냄 | 108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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