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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장애의 역사는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또한 현재 우리가 누구인지를 묻고 미래에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를 논하는,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가 살아가는 국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은 이 모든 복잡함을 간직한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장애의 역사는 국가를 위한 최선의 몸이 무엇인가를 정의하고 논쟁했던 시간을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 중 하나다.
그러나 장애란 무엇인가? 장애인은 누구인가? 반대로, 장애가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1964년 미국 대법원이 외설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고자 안간힘을 쓰던 시기, 포터 스튜어트 판사는 좌절 속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남겼다. “외설인지 아닌지는 그걸 보면 그냥 알 수 있다.”
장애의 정의를 두고서도, 같은 방식으로 말하기란 편리하고도 솔깃한 일이다. 우리는 보통 장애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구체적이고 변하지 않는 범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장애는 종종 규정하기 어렵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개념이다. 장애인의 역사가 존재하는 것처럼, 장애라는 개념도 역사를 가진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완치”하기 위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 명확한 “원인”이 있는 의학적 “문제”로 장애를 바라본다. 이러한 관점은 장애를 신체적 결함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여기게 한다. 진단 가능한 그 결함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장애인으 배타적으로 정의한다. (그러한 결함이 없는 사람들을 ‘비장애인’이라고 부른다.) 장애를 몰역사적이고, 고정불변하는 개념이라고 잘못 간주하는 것이다. 이러한 편협한 관점은 수많은 장애인의 다양하고 풍성한 삶을 지워버린다. 장애인에게 장애는 분명 삶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와 동시에 인종, 성적 지향, 젠더, 계급, 정치적 이념, 신체적 강건함, 취미, 그들이 사나운 개를 좋아하는지 여부도 그들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애는 질환을 수반할 수 있지만, 비장애인도 아플 수 있다. 질환으로 인해 장애가 생겨나기도 하지만, 이후 질환은 사라지고 장애만 남는 경우도 있다. 질환과 장애는 동의어가 아니다. <21~22쪽>
『장애의 역사』
킴 닐슨 지음│김승섭 옮김│동아시아 펴냄│360쪽│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