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의 죽음... 극단적 선택에 대처하는 법
유명인의 죽음... 극단적 선택에 대처하는 법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1.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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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박지선과 그의 모친의 빈소가 2일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연합뉴스]
개그우먼 박지선과 그의 모친의 빈소가 마련됐던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표시된 안내표시.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엄마에게 나의 숨은 매력은 뭐냐고 물었더니 예쁜 얼굴이라고 했다. 그러나 숨어있기 때문에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야호!”

“엄마한테 문자로 회식 중인데 집에 가고 싶어, 라고 했더니 엄마가 갑자기 전화해서 ‘울 딸 오늘 엄마 생일인데 일찍 와라’ 해서 ‘오늘 엄마 생일 아니잖아’ 했더니 ‘도둑질도 손발이 맞어야 해먹지!!!!!!!!!!!!’ 하더니 끊었다”

“아침에 화장실 변기가 터진 줄 알고 깜째기(‘갑자기’의 방언) 놀라서 나가 봤더니 엄마가 거실에서 전기담요로 청국장을 띄우고 있었다. 신난다. 집에 화장실이 다섯 개는 생긴 기분이다”

때마다 트위터를 통해 엄마와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전했던 개그우먼 박지선. 일각의 외모 비하에도 개의치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했던,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긍정의 희망을 전했던, (엄마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개그 감각을 시의적절하게 분출해 각박한 현실을 잠시나마 웃음으로 물들였던 그가 갑작스레 숨을 거뒀다. 지난 3일 박지선은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고, 경찰은 타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박지선의 죽음은 충격적이었다. 평소 그의 ‘밝음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당혹·아픔·슬픔·안타까움’의 감정을 자아냈다. 그런 상황은 동료 방송인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박지선의 개그맨 선배로 라디오 방송 도중 비보를 접한 안영미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오열해 급히 다른 진행자가 투입되기도 했다. 그만큼 박지선과 모친의 죽음은 뭇사람의 슬픔, 눈물을 유발했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이 박지선에게서 웃음을 거둬갔을까?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박지선이 지병 치료로 활동을 중단했었다는 점, 오래전부터 햇빛 알레르기·피부염을 앓아왔던 점 등으로 볼 때 악화하는 병세로 고통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 다른 죽음의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죽음을 선택할 만큼 고통스러웠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1만3,799명으로 하루 평균 37.8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대다수는 현실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숨을 거뒀고, 그중 일부는 유명인의 죽음에 ‘거봐. 저 사람도 죽는데 나 같은 게 뭐라고’라며 극단적 선택을 감행했다.

여기서 궁금한 점 한가지. 죽음은 정녕 현실의 고통을 단번에 끊어낼 수 있을까. 아직 죽음의 문제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에 죽음으로 고통에서 해방됐다고 단언하기 어려운데 이런 이유에서 ‘죽음’ 연구가인 셸리 케이건은 책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인류 역사상 죽음의 경험을 증언해줄 사람이 없기에) 아직까지는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죽는 게 더 나은 삶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죽는 것보다 더 나쁜 삶이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사람이 죽는 것보다 늘 더 좋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이어질 삶이 너무도 끔찍해 인생의 내용물이 삶 자체의 가치를 모두 상쇄하고도 남는 그런 삶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상태가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자살을 합리적인 선택으로 볼 수 없다. (불치병의 경우에도) 많은 의학자들이 끊임없이 획기적인 치료법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과거의 불치병도 치료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섣불리 자살한다면 그런 가능성을 몽땅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죽음 자체를 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통을 끊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이 죽음일 뿐. 오진탁 한림대학교 철학과 교수 역시 책 『죽으면 다 끝나는가?』에서 “자살자도 죽음은 무섭다. 죽음은 피하고 싶어 한다. 자살자는 죽기 위해서, 자살하고 싶어서 자살하는 게 아니다. 삶에 더 이상 머물 수 없어서 자살하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자살자는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은 것이다. 살기 힘드니까 자살로 뛰어들 뿐이다. 자살자들도 역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의 감정이 있다”고 전한다.

그래서일까. 자살 시도자 상당수는 죽기 전에 자살을 암시한다. 보건복지부의 「2018 자살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살 시도자의 절반가량이 극단적 선택 전 모호하게(30.1%) 혹은 확실히(19.6%) 자살을 암시한다. 「2012년 자살실태조사」는 이런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전하는데, 그 내용에 따르면 자살 시도자는 말이나 문자메시지, 일기, 미니홈피 등을 통해 자살을 암시하는데, 그 시기는 자살하기 한 시간 전이 16%, 한 시간~하루 전이 26.8%, 하루~일주일 전이 12.5%, 일주일~열흘 전이 5.4%, 열흘 이상이 7.1%로 조사됐다.

그럼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에릭 마커스는 책 『왜 자살하는가』에서 “‘기운 내! 살아야 할 이유가 있잖아’ 같은 말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겨우 용기를 내 속마음을 털어놓았는데 그런 말을 듣는다면 묵살당한 기분이 들 것”이라며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질문으로 속마음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상황에 따라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나를 편안하게 생각하고 속마음을 이야기해줘서 정말 고마워’라고 말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이어 자살 암시자에게는 “(가벼운 자살 충동이 아니라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수치스럽거나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당신뿐만이 아니며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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