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삶’은 하나의 음절로 이뤄져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하나의 음절로만 표현할 수 없다. 그러니 말은 그 말에 담긴 본질을 다 담지 못한다. 언어의 얄궂은 한계!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해”라는 말 외에, 다양한 이벤트를 감행(?)하는 것은 말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명사’(noun, 名詞)의 함의를 추적한다. 명사는 건조하게 “대상의 이름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뜻을 지니지만 각 명사가 지닌 의미는 우주와 같아서 쉽게 정의할 수 없다. 이 책의 부제처럼, 저자는 명사를 통해 삶을 묻는다.
저자는 입거나 지니고 다니는 양말, 안경, 단추부터 집안에 있는 지우개, 만년필, 달력과 바깥에 있는 대문, 가로수, 우체통까지. 누구나 주위를 돌아보거나 길거리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47개의 명사를 초대한다.
저자는 “명사를 초대하는 건 단순하게 낱말을 초대하는 게 아니라 세상과 삶을 이어주는 일종의 매파(媒婆)이 일”이라며 “좋은 관계로 서로 보듬고 살 수 있기를 꿈꾸면서, 그런 초대장을 하나씩 만들어 여러 명사들에게 보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되지 않을까?”라며 명사에 담긴 삶의 의미를 질문한다.
『명사의 초대』
김경집 지음│고유서가 펴냄│300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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